9일 열린 최저임금위원회 전원회의에서 경영계와 노동계가 내년 적용되는 최저임금의 최초 요구안을 각각 제시하고 협상을 시작했다. 사용자 측은 시간당 9천860원인 올해 수준의 동결을 요구했고 근로자 측은 27.8% 오른 1만2천600원을 제시했다. 올해 최저임금 심의는 이미 법정시한(6월 27일)을 넘겼을 뿐 아니라 역대 가장 더뎠던 지난해보다도 더 지연되고 있다. 법이 정한 내년 최저임금 고시 시점은 8월 5일로, 행정 절차를 고려하면 이달 중순이 최저임금 결정의 마지노선이다. 2천740원의 큰 간극에 시간도 촉박하지만, 합의제 정신을 살려 남은 기간 심도 있는 논의를 해나가야 할 것이다.팽팽한 줄다리기가 이어지겠지만, 역지사지 자세로 간극을 좁히려 한다면 접점을 찾아갈 수 있을 것이다. 물가, 최저생계비, 성장률, 고용시장 등 각종 지표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 저임금 노동자 보호와 실질임금 보장이라는 취지를 살리면서 현장에서 수용할 수 있는 최저임금 수준을 고심해야 한다. 또 최저임금이 정해지면 일선 사업장에서 지켜질 수 있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 경총에 따르면 지난해 최저임금을 받지 못한 근로자는 301만명으로 전체의 13.7%다. 1년 전보다 25만명 늘었다. 숙박·음식점업의 최저임금 위반 비율은 37.3%에 달했다. 코로나19에 이은 3고(고물가·고금리·고환율) 현상으로 한계상황에 몰린 소상공인, 자영업자들이 범법자로 내몰리는 형국이다.아울러 최저임금 결정 방식도 손볼 시점이 됐다. 1988년 제도 도입 이래 36년간 법정 기한을 지킨 경우는 9차례, 노사 합의로 결정된 경우는 7차례에 불과하다. 그나마 2010년 이후엔 단 한 번도 없다. 사회적 합의제 기구라는 말이 무색하다. 노사가 첨예하게 대립하면서 최저임금위는 정부가 인선한 공익위원들이 캐스팅보트를 쥐고 결정하는 구조다. 정권에 따라 인상률이 널뛰기할 수밖에 없다. 이번에도 최저임금이 정해지면 정부는 안도하면서 또 같은 행태가 반복될 내년을 기다릴 것이 아니라 최저임금 결정 시스템 개선 방안을 공론화하길 바란다. 현행 틀을 유지한다면 공익위원의 전문성·독립성을 강화하고 더 다양한 이해를 반영할 수 있게 청년, 비정규직 등의 참여를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할만하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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