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27일, 경주가 2025년 APEC 정상회의 개최 도시로 최종 확정되었다. 2021년 7월에 정상회의 유치를 공식 선언한 뒤, 3년 만에 이뤄낸 성과다. 이를 축하하는 현수막이 시내 곳곳에 걸려 있다. 경북 도지사, 경주시장, 국회의원, 시의회 의장, APEC경주유치 범시민추진위원장 등이 앞장서고 민관의 힘이 결집된 쾌거라고 할 수 있다.   이제 주요한 과제는 개최 일까지 남은 기간 동안 행사 준비를 주도면밀하게 하여 성공적으로 행사를 치르는 것이다. 또한 행사를 준비하고 치르면서 경주가 크게 도약하기 위해 행사 개최 후를 준비하는 것이 필요하다. 개최지 결정 전후에 주변 사람으로부터 APEC 개최가 경주시와 경주시민에게 어떤 점이 좋으냐는 질문을 받는 경우가 있었다.    시민의식이 담겨있는 이런 질문에 다음과 같이 답했다. 세계적인 역사문화관광 도시로의 도시브랜드 가치 상승, 마이스(MICE) 도시로서 확고한 자리 매김, 시민의식의 글로벌화, 성공적인 개최로 인한 시민의 자부심 고양, 도시 인프라 대폭 개선, 의료 환경 개선, 정상회의 개최장소의 새로운 역사문화관광 자원화 등이다.   행사 준비 과정에서 부산 APEC 정상회의(2005)나 지방 도시에서 거행된 멕시코의 로스카보스(2002), 러시아의 블라디보스톡(2011), 인도네시아의 발리(2013), 베트남의 다낭(2017) 정상회의 개최 사례를 살펴 볼 필요가 있다. 우선 같은 한국 도시인 부산의 사례로부터 배울 것이 있다.   부산 APEC 때 정상회의가 이틀에 걸쳐 2차례 열렸다. 제1차는 벡스코(BEXCO)에서 개최되었고 제2차는 ‘누리마루 APEC하우스’에서 2005년 11월 19일 개최되었고 오찬도 겸하였다. 누리마루는 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해운대 동백섬에 신축한 3층 건물이다.    정상회의 때의 회의장이 그대로 보존되어 있으며 정상들이 단체사진을 찍은 야외 포토 존이 관광객 사이에서 인기다. 행사 때 수행원의 대기실로 사용한 3층 공간을 행사 후 리모델링하여 APEC 기념관으로 개관하였다. 이처럼 누리마루는 부산 시민과 내외국인 관광객에게 대표적인 명소로서 자리 잡았다.   흔히 여행 후 남는 것은 넓어진 견문, 추억, 힐링과 더불어 사진이라고 말한다. 그런 면에서 경주 APEC 개최 후 유산(레거시)으로 남겨야 할 대표적인 하드웨어로서는 부산의 누리마루와 같은 기념비적인 상징 건축물이다. 2025년 11월 경주 개최 때까지 1년 4개월 남짓 남았다. 새로운 상징 건물을 짓기에는 시간도 모자라고 재원 대책도 서 있지 않고 건립 장소도 정해진 것이 없다.    부산이 제주시와 경합하여 APEC 정상회의 개최 도시로 확정된 것은 개최 1년 7개월 전인 2004년 4월이다. 행사 준비 기간이 아주 넉넉한 것은 아니었다. 그런데도 누리마루를 2005년 9월에 준공할 수 있었던 것은 개최지로 확정되기 전에 건립 장소와 재원 대책 등을 일부 준비한 것 같다.   경주시는 APEC 기념공원과 기념관 건립을 논의하고 있다. 누리마루처럼 정상회의 개최 장소와 기념관이 함께 있어야 지속가능한 관광 명소가 된다. 기념물은 장소성이 매우 중요하다. 정상회의 개최와 직접 연관이 없는 기념공원과 기념관은 자칫 경주시민만을 위한 공간이 되기 쉽다.   경주시는 유치신청서에 만찬장으로 월정교를 제안했다. 월정교는 정상회의 겸 만찬장으로 부족한 점이 있다. 기존 건물을 활용한다면 황룡원이나 육부촌도 대안이 될 수 있다.    짧은 준비 기간에 해결해야 할 일이 산적해 있지만 회의장 겸 만찬장을 새로 마련하는 것을 진지하게 검토하길 제안하고 싶다. 이 시대 경주에 기념비적인 상징물을 만들어 새로운 관광자원으로 남긴다는 소명을 가지고 접근하여 지혜를 모으면 좋은 해결책이 있을 것이다. 건립 장소로는 보문호가 조망되는 곳과 월정교와 교촌마을을 차경(借景)할 수 있는 곳도 생각할 수 있다.   새로운 상징 건축물 조성이 도저히 어려우면 행사 전후에 조성될 기념공원과 기념관이 경주역사문화관광에서 내외국인에게 명소가 될 수 있는 방안을 행사 준비 단계 때부터 심사숙고하길 당부하고 싶다. ‘다낭 APEC 공원‘도 벤치마킹 대상이다. 치밀한 행사 준비가 성공 개최를 이끌고 레거시를 남기고 나아가 경주시의 약진을 이끌 것이다. 이는 경주 시민이 든든한 버팀목과 지지자가 되어주어야 가능하기도 하다. 시민사회의 많은 관심과 동참을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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