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닷물 나갈 적에 아픈 마음, 느그들 마음 어찌 모르겠노? 자식들도 걱정 없이 잘 살 수 있도록 할 테니 걱정 말거라”옛사람들의 무수한 기도와 기원이 지켜온 수렴마을에서 풍어와 마을 안녕을 기원하는 ‘2024 수렴 1리 풍어제 별신굿’이 9일부터 11일까지 사흘간 수렴1리 해변 방파제에서 펼쳐졌다. 양남면수렴1리발전협의회와 양남수렴풍어제 추진위원회가 3년마다 지내는 풍어제는 코로나로 인해 올해 6년 만에 재개돼 방파제 옆에 차려진 왁자한 무대에서 3일 동안 밤 11시까지 이어지는 진풍경을 자아냈다. 작은 항구 어귀에는 ‘부강’, ‘경북’, ‘진일’ 등 크고 작은 선박에 형형색색 무기가 펄럭였고 ‘만선’과 ‘안녕’을 기원하는 무악(巫樂)이 쨍쨍거리고 무가(巫歌)가 넘실댔다. 그 풍어제 마지막 날인 11일 축제 현장을 다녀왔다. 어업인과 지역주민 등이 자리를 꽉 채워 축제의 열기를 가늠케했는데 풍어제 기간에는 이곳 주민뿐만 아니라 환서리, 상계리, 읍천리, 진리 등 인근 주민들과 관광객도 참석해 평안을 빈다고 한다. 수렴 풍어제는 풍어와 마을 번영을 위해 제를 올리는 행사로, 80여 년 전 마을주민들에 의해 처음 시작돼 오늘날까지 계승되어온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지역 문화축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어업과 농업이 주로 형성돼 있던 이곳 수렴1리는 바다에 조업을 나가면 해난 사고가 빈번해 피해가 많은 지역이었고, 농지는 천수답으로 비가 오지 않으면 농사를 지을 수 없었던 마을이어서 가난을 피할 수 없었던 마을이었다.그래서 당시 이장이었던 김용득 씨가 동민들과 상의해 매년 음력 6월에 기일을 잡아 정성으로 일주일 동안 굿을 하게 된 것을 시작으로 80여 년간 오늘날까지 3년마다 열리고 있는 것이다.이 마을의 선조 할아버지는 두 할머니와 함께 있었고 선조님 제당을 세 곳 선정해 바다의 신, 하늘의 신, 땅의 신 등 모든 신에게 풍요와 풍년, 평안을 기원했다고 한다. 굿판은 그들 신들과 접신한 이후 모셔 오면서 펼쳐진다. 그러나 일제강점기 일본은 선조 할아버지 제당 앞에 일본인 사당을 지어놓고 일본 신을 숭배하라고 해 풍어제를 지내지 못하다가 해방이 된 후 다시 재개됐다. 그렇게 매년 실시하던 풍어제를 36년 전에는 재정 부족으로 2년마다 제를 올리기로 합의하고 대신 매년 동제를 올리기로 해 지금도 매년 10월에는 동제를 지내고 있다. 이후 IMF부터는 매 3년으로 주기를 늘여 지내고 현재 인근에서 풍어제를 지내는 마을은 이곳 수렴이 유일하다고 한다.수렴리 주민들은 풍어제를 반드시 지내야 하는 최고 덕목으로 꼽는다. 마을의 안정은 물론, 주민들의 생업과 불가분의 관계로 여기기 때문이다. 6년 만인 올해 풍어제는 그래서 더욱 기다렸던 축제였다. 수렴부녀회, 청년회 등에서 합심해 새벽부터 밤늦은 시간까지 똘똘 뭉쳐 치른 이번 풍어제에서는 어업을 주업으로 하는 어촌마을의 대표 염원인 풍어와 해난 무사고, 마을의 화합과 안녕, 지역 발전을 주요 테마로 조상굿, 지신굿, 심청굿, 용왕굿 등을 선보였다. 이날 풍어제에는 중요무형문화재 제821호 동해안 별신굿 명예보유자 김영희 선생을 필두로, 전수 조교 김영숙, 김동연, 정연락 씨와 부산시 무형문화재 제23호 부산 기장 오구굿 기능 보유자 김동언, 김동열, 부산 기장 오구굿 전수조교인 김진환, 서한나 등 20명의 보존회원들이 출연해 돌아가면서 노래와 춤, 사물놀이가 어우러진 굿판을 벌였다. 흥이 오른 주민들은 굿판으로 나와 춤을 추거나 추임새를 넣으며 축제를 즐겼다. 이번 별신굿은 별신제를 위해 굿판의 제악을 제거하고 잡귀를 깨끗이 물리치는 부정굿을 시작으로 청좌굿, 당맞이굿, 나룻굿, 화회굿, 세존굿, 조상굿, 성주굿, 천황굿, 심청굿, 지신굿, 황제굿, 산신굿, 장수굿, 손님굿, 제명굿, 용왕굿, 꽃노래굿, 뱃노래굿 등노래굿, 대거리굿 순으로 진행됐다. 모두 21가지 굿으로 각각 독립적인 주제와 색깔로 펼쳐졌으며 한 굿거리마다 무녀 1명과 악사 예닐곱 명이 참여하고 보통 1~3시간 걸린다고 했다. 부산시 무형문화재 제23호 부산 기장 오구굿 기능보유자 김동언 선생(70)은 이곳 수렴항 풍어제에 20대 초반부터 출연해 50여 년째 이어오고 있어 이곳과는 매우 인연이 깊다고 했다. 그는 “예전에는 인근 읍천리가 더 잘 살았고 수렴리는 가난한 동네였다. 그럼에도 ‘보리밥을 먹고 보리차를 마셔도’ 풍어제를 계속 지내더니 부자 동네로 거듭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요즘은 제를 모시고 오랜 시간 정성을 들여야 하는 제관(제주)을 구하기 어렵다. 또 지나치게 전통적 굿만 펼치면 재미가 없고 신명이 나질 않는다. 그래서 세월에 따라 전통을 살리고 문화를 보존하면서도 조금 색다른 요소를 가미해 진행하는 것이 추세”라고 말했다. 굿판에는 마을에서 의견을 모아 모범적이고 원만한 제주(祭主)로 추천된 김일용 씨도 굿판의 한쪽에서 조용히 무당들과 함께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그는 “부족한 제가 제주가 돼 영광스럽다. 풍어제가 열리기 이전부터 몸과 마음을 정갈하게 해야 하는 등 여러 힘든 점도 있지만 동네 주민을 대표해서 여러 신들에게 용서를 빌고 안녕과 번영을 구하는 대표적 자리여서 성심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축제를 즐기던 수렴리에 사는 한 주민은 “오랫동안 기다렸던 풍어제다. 풍어제를 지내고 나면 한결 마음이 편안하다. 마을 전체가 안전한 것 같아 든든하고 우리 주민들 화합 차원에서도 상당히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설진일 양남면이장협의회장은 이번 풍어제 첫날부터 장맛비가 많이 내렸음에도 주민들의 참석이 매우 높았다면서 “시골에 계시는 어르신들은 이사들을 동원해 참여를 독려하고 직접 풍어제 현장으로 모셔오는 등의 노력을 기울여 우중에도 성황을 이룰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3년마다 풍어제를 지냈지만 코로나로 인해 올해는 6년 만에 재개돼 어느때보다 주민들의 관심도가 높았다. 수렴 풍어제는 누구나 즐길 수 있으며 수렴1리 마을회는 앞으로 원자력안전기원도 포함해 우리 양남의 대표 축제로 승화·발전시켜 전통을 계승하는 문화행사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월성원자력본부도 수렴리의 풍어제에 깊은 관심과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풍어제 첫날 자리를 함께한 김한성 월성본부장은 "월성본부와 인접한 아름다운 어촌마을 수렴리가 나날이 발전하는 모습을 보면서 매우 기쁘게 생각한다"며 "수렴리의 풍어제가 동해안 전통문화의 중요한 자원으로 계승되고 발전해 나가는 데 월성본부가 도울 수 있는 방법을 적극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 이 콘텐츠는 한수원(주) 월성원자력본부와 함께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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