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글에서 첫사랑에 관해 쓴 바 있다. 왜 첫사랑은 평생 못 잊을까? 왜 시험을 보면 틀린 문제만 기억날까? 왜 특정 기억은 사라지지 않고 계속 떠오를까? 심리학 용어인 ‘미완성 효과’를 통해 설명할 수 있다.이루지 못한 사랑의 아쉬움결실을 맺지 못한 사랑, 끝까지 가보지 못한 관계는 후회와 미련, 아쉬움을 남긴다. 잘해주지 못했다는 아쉬움과 앞으로 좋은 사람을 만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을 떨치기 어렵다. 이 때문에 이루지 못한 사랑은 계속 머릿속에 맴돌며 잊히지 않는 기억이 된다.첫사랑이라면 더욱 그럴 것이다. 인생에서 한 번뿐인 경험이기 때문. 이런 이유로 여러 사랑 중 하나라는 상대적인 의미가 아니라, 인생의 유일한 경험이라는 절대적인 의미로 받아들여진다.반대로 실현한 사랑, 끝까지 가본 관계는 어떨까. 상처와 아픔은 크게 남지만 아쉬움이나 미련은 생각만큼 크지 않다. 사랑을 완성했다는 생각 때문이다. 아름답게 끝맺지는 못했으나 더 잘할 수 없을 정도로 최선을 다해 사랑했다면 아쉬움이나 미련이 거의 남지 않는다.이처럼 사람은 완성한 일은 잘 잊어버리지만 완성하지 못한 일은 계속 기억하는 성향을 가지고 있다. 이를 가리켜 자이가르닉 효과, 미완성 효과라고 부른다. 왜 특정 기억은 잊히지 않고 오래 머릿속에 저장되는지 설명하는 이론이다. 웨이터: “전혀 기억나지 않아!”러시아 심리학자 자이가르닉은 식당에서 주문을 한 번도 헷갈리지 않는 웨이터들에게 감탄하며 이렇게 물었다. “바로 앞 고객에게 어떤 메뉴를 서빙하셨는지요?” 놀랍게도 웨이터는 우물쭈물하며 전혀 기억나지 않는다고 답했다.그날 사건은 자이가르닉의 머릿속에 계속 맴돌았다. 웨이터가 머리가 나빠서 잊어버렸다면 웨이터 일을 제대로 하지 못할 것이다. 머리가 좋다면 바로 앞서 행한 일을 기억하지 못할 까닭이 없다. 이 딜레마를 깊이 고민하던 끝에 자기 이름을 딴 중요한 심리학 이론을 만들어냈다. 자이가르닉(미완성) 효과란 어떤 일이든 중도에 그만두면 기억을 잘하지만, 그 일이 완성되면 관련 정보를 망각하는 것을 뜻한다. 미완성된 일만 머릿속에 남고 완성된 일은 잊어버리는 심리 현상이다.웨이터들은 서빙 후엔 주문 정보를 기억할 필요가 없기에 곧바로 잊어버린다. 과업이 끝나 쓸모없어진 정보가 머릿속 기억 회로에서 말끔히 사라지는 것. 그럼에도 잊지 않고 계속 기억난다면? 웨이터 머릿속은 온갖 정보들로 가득 차 새로운 정보를 받아들이지 못하게 될 것이다.틀린 문제만 기억한다고?!인간은 이처럼 강한 인지적인 종결 욕구를 가지고 있다. 어떤 일이든 분명히 끝을 맺어야 제대로 완수했다고 생각한다는 뜻이다. 완수한 일은 기억할 필요가 없으므로 편안한 마음으로 관련 정보를 잊는다. 완수하지 못한 일은 기억 회로에서 떨치지 못하고 끊임없이 떠올린다. 앞으로 완수해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다.미완성 효과는 우리 일상생활에 다양하게 적용할 수 있다. 학생이나 수험생들은 공부 후 시험을 본다. 제대로 공부했는지 시험을 통해 점검받는 것. 백 점 맞으면 기분이 좋아지지만 생각한 점수가 나오지 않으면 속상한 마음이 든다.시험을 마친 후 정답을 맞힌 문제와 못 맞힌 문제 중 어떤 것이 잘 기억날까? 정답을 못 맞힌 문제다. 맞는 정답으로 끝내지 못했기에 다음엔 제대로 종결하고 싶은 욕구가 일어난다. 이 욕구를 토대로 정답을 알기 위해 노력한 결과 다음엔 정답을 맞힐 가능성이 커진다.미완성 효과는 미련이 남는 관계, 풀리지 않는 문제, 해결되지 않는 미스터리, 하다 만 이야기 등 미완의 일들을 설명하는 데 효과적이다. 실체를 밝히고 일을 완결하려는 인간 본능의 중요한 일면을 보여준다. 여러분에겐 어떤 관계, 감정, 문제가 미완으로 남아 있는가?
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