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6회 제헌절을 맞이하여 우리 헌법은 언제 어떻게 제정되었으며 다른 나라 헌법과는 어떤 차이가 있는지를 좀 생각해 보고자 한다. 대한민국 헌법은 1948년 7월 17일에 제정된 것으로 되어 있지만, 명시된 바와 같이 우리 헌법은 ‘상해 임시정부의 법통을 이어받아’로 시작되기 때문에, 우선 임시정부의 법통부터 살펴보지 않을 수 없을 것 같다.대한민국 임시정부 헌법의 초안자는 주로 신채호, 조소앙, 신익희 등이 거론되지만, 조선이라는 국호의 연장선상인 대한제국의 왕권을 부정하고, 정치, 경제, 교육의 균등을 주장한 조소앙(趙素昻)의 삼균주의(三均主義)를 이념적 토대로 하여, 점령국이었던 미국 헌법을 모방한 것이 바로 대한민국 헌법의 기원이 아닌가라는 게 내 생각이다. 아무튼 대한민국 헌법은 1948년 7월 17일에 제정 반포된바, 그 근간은 다음과 같다. 첫째 국민주권의 원칙, 둘째 자유민주주의, 셋째 국민기본권의 보장과 권력분립, 넷째 법치주의, 다섯째 삼권분립, 여섯째 평화통일 지향 등 인바, 결국은 국민의 인간다운 생활을 보장하고, 복지 국가를 지향하며,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고, 사회적 평등을 실현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는 것으로 요약된다.전자(前者)에 미국 헌법의 근간을 살펴본 바와 같이, 우리 헌법과 미국 헌법 사이에 이념적 차이를 발견하기란 어렵지만, 우리 헌법은 제정이후 짧은 기간 내에 무려 9차례나 개정이 이루어진다는 것이다.1차 개정 : 1952년 이승만 대통령이 국회 내에서 재선될 가능성이 낮아지자, 자신의 재선을 위해 헌법에 대통령 직선제와 양원제를 도입한다.2차 개정 : 이승만 대통령의 장기 집권을 위해, 초대 대통령에 한해 중임 제한을 철폐하고 대통령의 권한을 강화한다(사사오입개헌).3차 개정 : 1960년 3·15 부정선거 이후, 4.19 혁명으로 인해 제1공화국이 붕괴되면서 내각 책임제를 도입하고 국민 기본권 보장을 확대한다.4차 개정 : 1960년 소급 입법에 의해 제2공화국의 강화된 법적 체제를 구축.5차 개정 : 1962년 박정희의 5·16 군사 쿠데타 이후, 대통령 중심제와 국회 단원제 도입.6차 개정 : 1969년 박정희 대통령의 3선 연임을 위한 개헌.7차 개정 : 1972년 박정희 대통령의 영구집권을 위한 유신 헌법으로 대통령 권한 대폭 강화와 대통령 간선제 및 국회 해산권 부여.8차 개정 : 1980년 5·18 민주화운동 이후, 전두환 대통령에 의해 대통령 임기 7년 단임제와 헌법재판소 설치.9차 개정 : 1987년 6월 민주항쟁 이후, 대통령 직선제 복원 및 국회 권한 강화와 지방자치제 부활.물론 건국 248년이나 되는 미국의 헌법도 개정되긴 했지만, 1791년에 채택된 수정헌법은 미국 국민의 권리장전(Bill of Rights)을 위한 것으로 표현의 자유, 종교의 자유, 집회의 자유, 언론의 자유, 무기 소지의 권리 등을 포함시킨 것인데, 아직 건국 80년도 채 안 된 우리나라는 그간 9차례나 헌법 개정을 하면서 어떤 발전(?)을 이루어 왔는지는 독자들의 판단에 맡기고자 한다.여기서 입헌군주제와 민주주의를 결합한 영국의 헌법도 좀 살펴보면 어떨까? 형식상으로나마 아직 군주가 살아있는 영국의 헌법은 국가 원수로서의 군주는 인정하지만, 군주의 권한은 법률에 의해 엄격히 제한되어 있으며, 실질적인 정치적 권한은 없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영국은 대의 민주주의 체제를 구축하여 의회가 사실상 국가 주요정책을 결정하기 때문에 의회권력이 가장 큰 나라로 보아도 무방할 것이며, 사법부가 그 어떤 권력으로 부터도 독립되어 있기 때문에 법치주의 (Rule of Law)가 철저히 보장되는 나라일 뿐만 아니라 최고 권력기관인 의회 의원은 결국 국민이 선출하게 되어 있기 때문에 우리는 의회정치를 대의 민주주의(Representative Democracy)라고도 부른다.그리고 특이한 것은 영국에는 미국이나 우리처럼, 성문(成文)헌법이 없으며 오로지 비 법적 출처로 구성된 불문 헌법(Unwritten Constitution)이 존재할 따름인데, 인간의 집단지성이 만들어 내는 상식과 원칙이 바로 헌법이며, 성문법이 헌법을 이길 수 없는 이유가 아닐까 한다.권력자의 이해관계에 의해 헌법을 만들어 놓고, 또 헌재(憲裁) 역시 권력자의 영향력 아래에 두고 있으면서, 툭하면 헌법 시비를 하거나, 국민들의 의사로 결정한 사항까지 임명직 재판관이 그 가부를 결정하도록 한 우리 제도가 과연 진정한 민주주의 인가를 생각하며 제헌절의 의미를 되새겨 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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