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놈들을 ‘혐오’하는 유튜버들이른바 쯔양 사건으로 온/오프라인 세상이 모두 들끓고 있다. 구독자 1,050만의 먹방 유튜버 쯔양이 전 남자친구이자 소속사 대표로부터 수년간 협박과 폭행, 착취를 당했다고 한다. 여기에 여러 유튜버들이 탈세 관련 협박 영상이 담긴 링크를 쯔양에게 보내 돈을 뜯어내기도 했다.유튜버들은 정의를 내세우며 나쁜 인간들을 잡아내겠다는 영상을 찍었다. 나쁜 놈들을 ‘혐오’하겠다고 공언하며 대중들의 분노를 자극해 경제적 이득을 취했다. 자기 안의 혐오도 거리낌 없이 드러내면서 사람들의 혐오 감정도 건드려 돈을 버는 ‘혐오팔이’들. 쯔양 사건은 약자를 향한 폭력과 함께 인간 마음속에 내재하는 혐오 감정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분열 넘어 반목, 분노 넘어 혐오비슷한 것을 나는 지난해부터 평생 처음 하고 있는 온라인 커뮤니티(커뮤)에서도 보는 중이다. 경계선을 좁혀 선명하게 하자는 쪽과 경계선을 넓혀 포용하자는 쪽의 갈등/대립은 어떤 커뮤, 집단, 모임에서도 흔히 일어나곤 한다. 그런데 갈등이 격화되면서 한쪽이 다른 커뮤로 이동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근거 없이 서로를 몰이질하거나 불순세력이라 낙인찍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이 과정에서 상처받은 유저들이 많이 생겨나면서 결국 다른 커뮤로 옮겨가는 대규모 이사 사태가 발생했다.며칠 전까지 한 공간에서 으쌰으쌰 놀던 유저들이 쪼개져 반목하며 분노/혐오를 쏟아내는 모습을 실시간으로 지켜보았다. 특히 눈에 띈 것은 특정 유저를 "장애인 병신 새끼"라고 조롱하며 조리돌림하는 모습이었다. 상처받고 이사한 유저들이 행한 일이다.“병신”이라며 같이 킥킥거리는문제는 글쓴이만이 아니었다. 댓글에서 역시 “병신”이라며 같이 킥킥거리는 유저들, 글 신고조차 하지 않는 침묵하는 유저들에게 절망감마저 느꼈다. 건드려도 되는 약자로 찍히면 혐오언어를 거침없이 쏟아내고 또 동조하는 모습... 그렇게 한 사람을 재물 삼아 신나게 조롱하다가 또 다른 사람을 상대로 다시 조리돌림하는 악순환을 보는 중이다. 물론 쯔양 사건과 커뮤 사태는 목적이나 전개 양상이 전혀 다르다. 세상을 더럽히는 것과 정화하는 것, 경제적 이득 취득과 나은 세상을 향한 열망이라는 차이점은 분명 존재한다. 내가 주목하는 것은 자기보다 더 약한 존재를 대하는 집단무의식이다. 집단화된 다수가 개인에게 가하는 조롱과 조리돌림, 약자를 재물 삼아 혐오 감정을 쏟아내는 심리 메커니즘. 불공정하거나 부당한 상황을 접할 때 분노를 표출하는 것은 필요하다. 잘못된 것을 바로잡기 위한 동력으로서의 분노는 이해/존중받아야 한다. 문제는 분노 표출을 위해 무관한 약자에게 분노/혐오언어를 퍼붓는 행위다. 정의 실현을 핑계로 타인과 세상을 향해, 특히 만만해 보이는 대상에게 날 선 칼날을 꽂는 것은 ‘선택적’ 분노조절장애와 다르지 않다.내 안의 혐오를 먹으며 자란다이 지점에서 나는 이런 생각도 해본다. 혹 자기 안의 분노/혐오 감정을 정의라는 이름으로 합리화하는 것은 아닐까. 대상을 향한 순수한 감정을 넘어 내 안에 내재한 감정이 건드려져 터져 나오는 것은 아닐까. 한 유저는 분노할 일이 많아서 분노하는 건지 아니면 자신이 원래 화가 많고 쉽게 분노하는 사람인지 모르겠다고 토로하기도 했다.타인을 향한 분노는 정당한 표출일 때도 많지만 내 안의 분노/혐오를 쏟아내는 수단이 되기도 한다. 자기혐오가 타인 혐오언어를 빌어 밖으로 표출되는 경우가 생각보다 적지 않다. 이런 맥락에서 타인을 혐오하는 것은 나를 혐오하는 것, 타인을 혐오하는 크기가 나를 혐오하는 크기가 될 수도 있다. 세상에 만연한 혐오는 내 안의 혐오를 먹잇감 삼아 무럭무럭 커나간다.악마에게 먹히지 않으려면?악마의 심연을 오래 들여다보면 악마가 된다는 말이 있다. 악마와 치열하게 싸우다 자기도 모르게 닮아간다는 얘기. 어두운 심연만 보면 잡아먹혀 악마가 될 수도 있다. 악마가 되지 않으면서 악마와 싸우는 방법은 없을까?나는 알지 못한다. 다만 말하고 싶은 것은 악마의 심연에도 밑바닥은 있다는 것. 악마를 들여다볼 용기라면 심연의 밑바닥까지 들여다볼 용기도 있을 것이다. 나아가 악마가 되는 것은 꼭 악마의 심연을 보았기 때문만이 아니다. 악마 닮기를 스스로 허용하고 자기 안에 분노/혐오를 키워나가기 때문이기도 하다. 내 안의 혐오 감정을 직시하며 혐오팔이들에게 먹잇감을 주지 않는 것은 개개인이 마음만 먹으면 할 수 있는 일이다. 이상에 가까운 얘기일지도 모르겠다. 그렇다 이 글을 쓰면서 나도 반성했다. 이런 주제 글을 쓰는 것도 내 안에 도사린 공격성, 분노, 혐오가 크기 때문일 것이다. 나는 무엇을 혐오하고 있으며 또 어떤 언어로 합리화하고 있는가. 생각이 많아지는 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