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다급해도 그렇지, 삼척동자가 보아도 잘못된 일을 한 사람이 규정대로 했을 뿐이라 답하고, 그런 규정을 좀 보자고 하면 또 말이 없다. 그리고 왜 그런 잘못된 일을 했는지 물으면, 역으로 그런 일을 하면 안 된다는 규정이 없기 때문에 위법은 아니라고 답한다. 이제 우리는 기상 시간이나 취침 시간도 규정화 해 두어야 하고, 하루에 숨은 몇 번만 들이쉬고 내 쉬어야 한다는 법을 성문화(成文化)해야 하는 것이 아닌지 모르겠다.  흔히들 거짓말 잘하는 사람을 일컬어 `숨소리 빼고는 다 거짓말` 이라고들 하지만, 요즘은 숨소리조차 믿을 수 없는 사람들이 너무 많은 것 같다.    전에도 해온 말 같지만, 인간이 제정한 법은 절대 진리가 아니며, 논리의 뼈대 위에 문화의 살을 입힌 그 시대 그 사회 구성원들의 공동생활을 위한 약속일 뿐이다. 때문에 논리가 무너지면 법이 설 자리가 없으며, 약속이 지켜지지 않으면 이미 그것은 법일 수 없다.    공자(孔子)가 덕치(德治)를 강조한 반면 `한비자(韓非子)`가 법치(法治)를 강조한 이유는, 덕을 가진 군주의 다스림이 바람직할지라도 백성들이 늘 덕을 가진 군주를 만나기는 어렵기에 법치를 강조한 것으로 보이는데, 그 후 이천년간이나 덕치와 법치의 논쟁을 계속하다가 현대에 이르러 드디어 `법이 강해야 나라가 강해진다.`는 한비자의 법치가 더 합리적인 제도로 인정된 탓인지, 지금 이 세계의 모든 국가는 그 어떤 체제이든 형식적으로나마 법치를 표방하고 있는 것 같다.  초기에 영국의 식민지였던 미국은 독립과 동시에, 오늘날까지도 전 세계적으로 중요한 정치적 문서로 평가받고 있는 미국 헌법을 미국 건국의 아버지라고도 할 수 있는 `조지 워싱턴`, `제임스 매디슨`, `벤자민 프랭클린` 등이 대표로 필라델피아에 모여 합의하게 되는데 그 근간은 다음과 같다.  첫째, 국민주권: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오며, 정부는 통치자의 의사가 아닌 국민의 의사에 따라 운영되어야 한다.  둘째, 연방주의: 권력은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사이에 분배되며 상호 견제와 균형을 이루도록 한다.  셋째, 삼권분립: 입법, 행정, 사법의 세 권력을 분리하여 각각 독립적으로 운영되도록 하여 권력남용을 방지한다.  넷째, 견제와 균형: 각 권력이 서로 견제하고 균형을 이루도록 하여, 권력의 집중과 남용을 방지한다.  다섯째, 법치주의: 모든 사람은 법 앞에 평등하며, 정부는 법에 의해 운영된다.  여섯째, 개인의 권리 보호: 헌법은 개인의 기본적 권리와 자유를 보호하며, 정부의 권력으로부터 이를 지킬 수 있도록 보장한다.  미국이 세계 패권국이 된 이유는 넓은 국토나 풍부한 자원 때문만은 아니라 생각되며, 바로 주권재민(主權在民)의 헌법에 있었을 것이다. 즉, 같은 아메리카 대륙에서 국경을 맞대고 있던 경찰국가 멕시코의 낙후가 이를 반증하는데, 나는 한때 미국과 멕시코를 두루 다니며 두 나라가 정치체제 이외 어떤 차이가 있는지를 발견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그런데 미국의 헌법을 모방한 듯이 보이는 우리 헌법은 제대로 지켜지고 있는가? 그리고 우리는 지금 덕치와 법치 중 어디에 속하는 체제인가가 지금 내가 가지고 있는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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