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회가 직면한 가장 큰 위기 중 하나는 저출생과 고령화로 인한 인구 감소이다. 이는 단순히 인구 통계의 변화를 넘어 노동력 부족, 경제 성장 둔화, 사회 보장 체계의 부담 증가 등 광범위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들이 외국인 이민자 유치에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은 자연스러운 대응으로 보인다.    경상북도 경주시의 사례는 이러한 국가적 과제가 지역 차원에서 어떻게 나타나는지를 잘 보여준다. 경주시는 아직 인구 소멸 위험 지역으로 분류되지 않아 F-2-R과 같은 지역 특화 비자 발급 대상은 아니지만, 인구 감소와 노동력 부족이라는 문제에 직면해 있다. 특히 외곽 지역 공단을 중심으로 한 비전문취업 비자 소지자와 농업 분야의 계절 근로자 그리고 유학생이 많은 지역적 특성을 가지고 있으며, 이외에 결혼이민, 외국 국적 재외동포 등도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경주시가 추진해야 할 이민 정책은 단순히 외국인 유입을 늘리는 것이 아니라, 지역 특성에 맞는 지속 가능한 모델을 개발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비전문취업 비자 소지자들의 기술 향상을 통한 장기 체류 유도, 계절 근로자들의 안정적인 순환 체계 구축, 그리고 이미 유치한 외국인 유학생들의 지역 정주를 촉진하는 정책 등이 필요하다.   그러나 이민 정책은 양날의 검과 같다. 잘 관리된 이민은 노동력 부족 해소, 경제 활성화, 문화적 다양성 증진 등 긍정적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반면, 준비 없는 이민자 유입은 사회 갈등, 문화적 충돌, 범죄율 증가 등의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   따라서 경주시를 포함한 모든 지역에서 이민 정책을 보다 종합적이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이러한 상황을 고려하여, 경주시를 중심으로 다음과 같은 구체적인 정책 방안을 제안한다. 첫째, 맞춤형 언어 교육 시스템 구축이다. 먼저 법무부 사회통합프로그램(KIIP)을 개편 및 확대하여 직종별, 체류 목적별로 세분화된 한국어 교육 과정 개발이 필요하며, 경주시 지역 문화유산, 산업 용어 등을 포함한 특화 교재를 개발하여 경주시에 특화된 언어 교육이 필요하다.   다음으로 온라인-오프라인 혼합 학습 시스템을 구축하여 외국인 근로자들의 시간적 제약을 고려한 유연한 학습 환경을 제공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공단 내 기업들과 협력하여 근무 시간 내 한국어 학습 시간을 확보해야 한다.   둘째, 문화 이해 증진 프로그램 개발이다. 먼저 `경주 문화 체험 패스` 프로그램을 도입하여 이민자들이 경주의 주요 문화유적지를 무료로 방문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다음으로 지역 주민과 이민자 간 문화 교류 행사(가칭 `경주 세계 문화 축제`) 정례화, 지역 주민과 이민자를 1:1로 매칭하여 장기적인 문화 교류를 지원하는 한국 문화 멘토링 프로그램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기업 및 대학과 연계한 한국 문화 교육을 의무화하여 한국 사회와 문화에 대한 이해도를 높일 필요가 있다.   셋째, 이민자 권리 보호 및 차별 방지 체계 구축이다. 먼저 `경주시 이민자 인권 보호 조례`를 제정하여 이민자의 기본적 권리와 의무, 차별 방지 등을 명문화해야 한다. 다음으로 이민자 상담 센터를 확대하여 법률, 노동, 생활 등 종합적인 상담 서비스를 제공하고 공무원, 교사, 기업 관리자 등을 대상으로 다문화 감수성 교육을 의무화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이민자 대표 참여 위원회를 구성하여 시의 주요 정책 결정 과정에 이민자 대표의 참여를 보장하는 방안도 고려해볼 수 있다.   넷째, 지역 맞춤형 일자리 매칭 시스템 구축이다. 먼저 `경주시 일자리 통합 플랫폼`을 개발하여 지역 내 구인-구직 정보를 실시간으로 제공해야 한다. 다음으로 지역 대학, 기업, 지자체가 협력하여 지역 산업 수요에 맞는 맞춤형 교육 과정을 개발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공단 및 농업 분야의 특수성을 고려한 이민자 특화 직업 훈련 프로그램 또는 이민자의 모국 연계 비즈니스 등 특화된 창업 아이템을 발굴하고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할 필요가 있다.   다섯째, 외국인 유학생 지역 정주 유도 정책이다. 먼저 `경주 글로벌 인재 육성 프로그램`을 만들어 지역 기업 인턴십, 문화 체험, 한국어 교육을 패키지로 제공하는 것이 필요하다. 다음으로 지역 기업과 협력하여 우수 유학생 채용 보장 제도와 경주시 내 유학생 창업을 위한 공간, 자금, 멘토링 등 종합적인 지원 체계가 마련되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일정 기간 경주 거주 시 주택 구입 지원, 영주권 신청 우대 등 지역 정주 유학생에 대한 인센티브를 강화해야 한다.   이러한 구체적인 정책들을 통해 경주시는 이민자들의 안정적인 정착과 지역 사회와의 조화로운 공존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더불어 이 정책들은 단순히 인구 증가나 노동력 확보를 넘어, 진정한 의미의 다문화 사회 구현과 지역 경제 활성화로 이어질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정책의 성공을 위해서는 지방정부, 중앙정부, 기업, 교육기관, 시민사회, 그리고 이민자 커뮤니티 간의 긴밀한 협력이 필수적이다. 특히 경주시의 경우, 역사문화도시로서의 정체성과 현대 산업도시로서의 요구를 균형 있게 고려한 접근이 중요할 것이다. 결론적으로, 이민 정책은 우리 사회의 미래를 좌우할 중요한 과제이다. 경주시를 비롯한 각 지방자치단체가 지역의 특성을 살린 창의적이고 포용적인 이민 정책을 펼친다면, 우리는 인구 감소와 노동력 부족이라는 위기를 새로운 도약의 기회로 전환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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