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에 앉아 잠시 조는 사이소나기 한 줄이 지났나부다차가 갑자기 분 물이 무서워머뭇거리는 동구 앞허연 허벅지를 내놓은 젊은 아낙첨병 대며 물을 건너고산뜻하게 머리를 감은 버드나무가비릿한 살냄새를 풍기고 있다 -신경림, `여름날`   여름날, 한줄기 소나기가 지나간 후, 순간적인 시골의 한적한 풍경을 스케치한 수채화 같은 시. `마천`이 어디인지는 몰라도 좋다. 다만 충청도나 경상도 전라도 어느 시골쯤인지 모르겠다.   8행의 짧은 시지만 간결하고 압축된 시의 표정이 독자들의 눈을 긴장 시킨다. 신경림 시인은 지난 5월, 타계한 우리나라 민중 시인을 대표하는 시인이다.  산업화 시대의 소외되고 가난한 농민들의 현실을 고뇌에 찬 시선으로 서정성 있게 노래 했던 시인 신경림, `농무`, `가난한 사랑 노래`, `낙타` 등의 주옥같은 시집을 남기고 떠났다.  `버스에 앉아 잠시 조는 사이에, 소나기 한줄기 지났나부다`(암시적이고 함축적인 인생 은유?) 시 속 화자는 버스에 앉아서 소나기 때문에 벌어지는 바깥 풍경을 바라보고 있다.(시인의 시각이 독특하고 예각적이다.)   갑자기 온 소나기에 물이 불어난 거리를 시인의 시각으로 바라본다. 창 밖에 `허연 허벅지`를 드러내고 불어 난 물을 건너가고 있는 젊은 아낙네.   그리고 소낙비에 젖은 버드나무를 젊은 아가씨로 연상(의인화)하며 관능적인(후각적) 시로 형상화 시키고 있다.   `허연 허벅지, 머리감은 버드나무, 비릿한 살냄새`등등. 소나기를 싱그러운 시적 소재로 끌어드리는 시인의 테크닉이 돋보인다. 소나기와 비릿한 살냄새! 돋보이는 후각적 이미지다.   시가 꼭 현실비판적인 시가 되어야 하고, 고뇌에 찬 깊이가 있는 시가 되어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물론 시가 현실비판도 하고 삶의 고뇌를 노래하는 시가 바람직한 것임에는 틀림없다.   즉, 진정성도 없고 새로움도 없고 상투적인 시는 독자들의 흥미를 유발하지 못한다. 그러나 새로운 인식의 시가 아니더라도, 얼핏 유행가 가사같지만 그 속에서 대중들의 가슴을 울리는 글은, 우리 시에도 필요한 것들이 아닐까?   짧은 생각을 해보는 것이다. 태풍이 오고 폭염이 계속되는 여름이다. 모두가 건강하고 활기찬 여름이 되길 기대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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