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은 새로운 당 대표가 선출되면서 비대위 체제가 막을 내렸다. 이번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한동훈 당 대표 승리로 끝났으나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게 사실이다. 진흙탕 이전투구의 싸움판은 끝났다고 해도 흐트러진 당심을 수습해야 하는 과제가 남아있다.   새로 뽑힌 한 대표는 총선에서 나타난 민심을 헤아려 다가오는 지방선거에서 압승해야 하는 막중한 임무가 부여돼 있다. 그동안 진보의 전유물로만 여겨졌던 청년 조직을 보수의 신진 세력으로서 전국적으로 양성하고 조직화하는 데도 당력을 쏟아야 한다. 총선 때 비례대표 몇 자리 주고 전당대회 때 청년 최고위원 몫 한자리 준다고 해결됐다고 낙관하면 큰 오산이다. 윤석열 탄생에 1등 공신 영남당도 탈피해야 한다. 수도권 정당으로 변신하기 위해선 보수의 이런 구조적 취약성 극복도 풀어야 하는 숙제다.   한 대표가 수락 연설에서 밝힌 정치의 외연을 넓히는 일도 향후 중요 과제로 떠오른다. 중요한 것은 지난 총선 결과를 보면 2022년 대선에서 윤석열 대통령을 지지했던 유권자 중 320만 명이 이탈한 것은 큰 충격이다. 다음 대선에서 누가 후보가 되건 등을 돌린 이들을 되찾아 오지 않고선 보수 승리는 요원하다. 지금 미국 대선이 한창이다. 바이든이 후보에서 사퇴한 것도 고령에 앞서 중도층이 이탈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미국이건 한국이건 결국 모든 선거의 열쇠는 누가 중도층을 잡느냐에 따라 승패가 갈라진다.   당심과 민심이 60% 넘게 한 대표에게 표를 몰아준 것도 그런 변화를 기대했기 때문일 것이다. 국민의힘은 불평등 문제나 세금·복지 문제에서도 한 발짝 더 나아가는 ‘전진하는 보수’의 모습을 보여야 한다. 전진은커녕 퇴행을 자초하는 무책임한 극우 유튜버에게 휘둘려선 미래는 없다. 언제부턴가 우리 사회에 보수는 있지만 보수 정신이 사라져버렸다는 지적을 받는다. 보수 정신이 흔들리니 보수 정당은 ‘무능한 수구’ 세력으로 낙인찍히곤 했다. 수구란 말 그대로 기득권에 안주하고 집착하는 것일 뿐 보수와는 엄연히 다르다.   보수의 가치란 안정성의 토대 위에 끊임없이 발전적 변화 추구에 있다. 최근 총선에서 참패한 영국 보수당이 반면교사가 될 수 있다. 한 대표는 뼈를 깎는 혁신과 국민 눈높이에서 새로운 보수세력을 만들어내야 하는 책무가 막중함이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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