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경주초등학교에서 추진됐던 모듈러 교실 도입이 결과적으로 '필요 없었던' 것으로 밝혀지면서 교육청의 학령인구 예측 과정에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전적으로 신축 아파트 개발시행사 측에 학령인구 유입 예측을 의존하는 체계에 대한 대안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특히, 경주뿐 아니라 각 지역의 교육청이 학령인구 예측 실패에 따른 과밀학급을 해결하기 위해 모듈러 교실 설치에 의존하는 추세가 이어지면서 주의가 요구된다.경주시 충효동에 위치한 경주초등학교는 불과 두 달 전만 하더라도, 다음해 3월 모듈러 교실 도입이 기정사실화됐다.신경주역세권으로 불리는 건천읍 화천리에 지난달 17일부터 신경주 더퍼스트데시앙(945가구)이 입주를 시작한 데 이어 신경주 반도유보라 아이비파크(1490세대)도 오는 2025년 입주를 시작할 예정이기 때문이다.2024년 하반기부터 신경주역세권에 학령인구가 늘어나는데 비해, 이 학령인구를 수용할 화천초등학교(가칭)는 오는 2026년 3월 개교 예정인 상황이었다.이 때문에 경주교육지원청은 올해 9월부터 경주초에 모듈러 교실 설치를 추진, 다음해 3월부터 화천초가 개교하기 전까지만 모듈러 교실을 운영한다는 계획을 세웠다.모듈러 교실은 기초를 다진 다음에 쌓아 올리는 전통적인 건축 방식이 아니라 공장에서 맞춤 제작을 한 다음 현장에서 조립해서 만든 교실을 그 모듈들을 합쳐 만든 교실로, 신속한 시공이 가장 큰 장점으로 꼽힌다.그러나 경주초의 경우, 모듈러 도입 과정에서 학부모들로부터 큰 반대를 맞닥뜨렸다.경주교육지원청이 올해 9월부터 모듈러 교실 도입을 추진키로 결정했음에도 학부모들에게 진행 상황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고 있었기 때문이다.그러던 6월, 임종식 경북교육감의 주재로 경주 동국대학교 WISE캠퍼스에서 소통토론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서 경주초 운영위원회 소속의 한 위원이 경주초 모듈러 교실 진행상황에 대해 질의하는 일이 발생하자, 경주교육지원청은 6월 말 모듈러 교실 설명회를 개최했다.경주초 운영위원회에 따르면, 이날 열린 설명회는 내용이 부실했다. 모듈러 교실이 운동장에 들어올 경우 운동장이 얼마나 좁아지는 지, 아이들의 안전에는 지장이 없는지, 늘어난 학생으로 인한 급식 시간은 어떻게 변경되는지, 환경적인 문제는 없는지 등 학부모들이 갖고 있는 불안을 잠재울 설명은 존재하지 않았다.여기에 지난 4월 부산의 한 초등학교 모듈러 교실에서 검출된 유해물질도 영향을 미쳤다.이 모듈러 교실에서 공기질 부적합이 나온데다, 적합이 나온 모듈러 교실도 기준치와 근접한 위험 수준으로 검출되는 일이 발생하면서 모듈러 교실에 대한 학부모들의 신뢰성이 급격히 떨어졌기 때문이다.이를 본 금영휴 경주초 교장 또한 "학부모 동의 없는 모듈러 교실 도입은 반대한다"며 "교실이 부족하면 교장실, 행정실을 비워서라도 마련하겠다"고 말하며 중재에 나서기도 했다.이처럼 설명회를 기점으로 갈등을 빚을 것으로 예상됐던 모듈러 교실 도입은 갑작스러운 전개를 맞이했다.올 하반기 신경주역세권에 입주를 시작한 더퍼스트데시앙 학령인구가 40명에 그치면서 모듈러 교실이 필요가 없어지게 된 것이다.경주교육지원청이 '모듈러 교실 설치 없이 학령인구를 수용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고 결론내리자, 경주초 운영위원회는 "모듈러교실은 설치에 2억 2000만원, 1년 임대비로 15억 5000만이 드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학령인구도 제대로 조사하지 않고 모듈러 교실을 추진하려 했었던 상황에 대해서 너무 어이가 없다"는 반응을 보이며 황당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이를 두고 김소현 경주초 운영위원장(경주시의회 의원) 또한 "경주초 학부모들의 반대가 없었더라도 모듈러 교실이 취소됐을지 의문"이라며 "과밀학급 해소를 위해 모듈러 교실을 남발하는 것은 아닌지 행정 차원에서 되돌아봐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김 위원장은 "이번 모듈러 교실 도입 논의를 통해, 교육정책 결정 과정에서 체계적인 사전 검토의 중요성과 현안에 대한 열린 소통의 필요성을 통감하게 됐다"며 "앞으로 아이들이 안전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최상의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학부모와 지역사회의 의견을 적극 수렴하겠다"고 했다.그러면서 그는 "또 함께 노력해준 경주초 운영위원회 위원들과 학교 및 교육청 관계자 여러분에게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며 "앞으로도 우리 모두가 한마음으로 아이들의 안전하고 쾌적한 교육 환경 조성을 위해 힘써 주시길 부탁드린다"고 덧붙였다.이와 관련해 경주교육지원청 관계자는 "학령인구는 아파트 시행사 측의 자료를 보고 추정할 수 밖에 없다"며 "교육지원청 입장에서 학령인구가 예상보다 적을 것이라고 예상하기 보다는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고 대비하는 수 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그러면서 그는 모듈러 교실 취소 결정과 관련해 "학부모들의 반대가 일부 영향은 있었겠지만 학부모의 반대로 모듈러 교실이 취소된 것은 아니다"라며 "학령인구가 경주초의 수용량을 넘어섰다고 가정하면 학부모를 설득해서라도 모듈러 교실 도입을 추진했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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