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2014년 시작된 신라 왕경 사업이 10년을 맞이하는 해다. 지난 3일 열린 학술대회 ‘신라왕경 핵심유적 해석과 설명 전략과 적용’에서 황룡사지를 폐허인 채로 두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고 신라왕경 14개 핵심유적 전체의 유기적인 보존 정비 방안이 함께 마련돼야 한다는 주장이 이목을 집중시켰다. 국립경주문화유산연구소(소장 황인호)는 경주월성, 황룡사지, 분황사지, 구황동 원지 유적 등 신라왕경 14개소 핵심유적에 대한 체계적인 보존·활용 방안을 고민하고 관련 연구 성과를 공유하는 학술대회 ‘신라왕경 핵심유적 해석과 설명 전략과 적용’을 열었다. ‘신라왕경 핵심유적’은 2019년 제정된 ‘신라왕경 핵심유적 복원·정비에 관한 특별법’으로 정한 경주 시내 14개소의 유적으로 월성, 황룡사지, 분황사지, 구황동 원지 유적, 미탄사지 3층 석탑, 동궁과 월지, 첨성대, 대릉원 일원, 동부사적지대, 춘양교지·월정교지, 인왕동 사지, 천관사지, 낭산 일원, 사천왕사지다. 이날 ▲‘신라왕경 핵심유적 역사문화 자원 가치 증진과 적극적 활용’이라는 주제로 기조강연을 펼친 강봉원 국가유산청 문화유산위원장은 신라왕경 핵심유적의 역사 및 고고학 측면의 일반적인 차원에서 설명하고 현재 진행되고 있는 발굴조사와 쟁점이 되고 있는 유적과 유적의 정비 및 보존 관리의 활용과 관련된 문제점 및 향후 과제에 대해 제시했다.그는 특히 신라왕경 핵심 유적 중 가장 쟁점이 되고 있는 황룡사지구에 대해 “최근에도 발굴 조사가 수행돼 동문지와 남문지 일원과 소위 ‘광장’이 발견되는 등 지속적으로 조사가 진행되고 있다"며 "황룡사지와 관련된 가장 중요한 쟁점은 ‘9층 목탑의 재현 혹은 복원’”이라고 제시했다.이 문제에 대해 역사, 고고, 건축, 미술사 등 제 학문 분야 연구자들의 생각이 첨예하게 다르다면서 “‘9층탑은 재현·복원돼야 한다’와 ‘아직 고증이 안 됐으니 기다려야 한다’는 것으로 나눠진다”고 말했다.이에 강 위원장은 “황룡사 9층탑이 최소한 20년 내에는 복원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개인적 의사를 밝히며 이를 박정희 대통령이 1970년대 추진한 불국사 발굴, 복원 정비 사업에 비유해 “그때 복원사업이 이뤄지지 않았다면 지금의 불국사 세계유산 등재는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역설했다.이런 주장의 근거로서는 ‘황룡사지가 호국사찰로 중요한 유적지고 또 적지 않은 예산을 투입하고 있는데도 이곳을 찾는 방문객은 많지 않다는 것’이다. ‘경주 관광 명소 방문객 24순위 내 황룡사가 포함되지 않고 우선, 주목해서 볼 만한 것이 없는 등 황룡사지를 폐허인 채로 두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혔다.그러면서 9층탑 재현과 복원을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전문가 연구자들이 고증을 위한 연구를 수행하고 있는지 궁금하다고 반문했다. 이어 “황룡사지는 경주에 있는 다른 핵심 유적은 물론이고 유명한 사적처럼 교육의 장으로도 적극적으로 활용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라고 꼬집으며 “황룡사가 지닌 역사적 가치를 제대로 자리매김하고 증진시키기 위해서는 향후 적극적인 방안을 강구하는 것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이어 ▲‘신라왕경 핵심유적 복원·정비사업 추진성과와 과제’라는 주제로 발표한 박성진 신라왕경핵심유적복원정비사업추진단원은 지금까지의 복원·정비 사업 성과를 기반으로 향후 신라왕경 핵심유적을 유기적으로 아우르는 사업의 필요성에 대해 제언했다.
그는 “현재 14대 핵심 유적은 신라왕경법이 만들어지면서 8대 유적에서 14대 유적으로 확장된 것으로, 최초 선정 과정과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는 지적이 있었으나 현재는 관련된 논의가 충분히 이루어진 상태”라고 밝혔다.그러면서 “신라 왕경 사업이 시작하는 시점에는 기존 보존 및 정비가 진행된 유적과 새롭게 선정된 핵심 유적 간의 연구 및 관리 상태의 차이로 보존 및 정비에 어려움이 지적되기도 했다”고 밝히면서 현재도 이러한 문제점은 해결되지 않고 있다고 했다.그러나 “신라왕경 핵심유적 복원 정비 사업 중 상대적으로 사업이 진행이 더뎠던 낭산 일원에 대해 올해부터 토지 매입과 기본계획 수립 등 본격적인 사업 추진을 위한 준비가 진행되고 있다”는 점은 고무적으로 평가하며 “경주 왕경의 중심지구와 외곽 지구를 구분해 지금보다 넓은 범위에 대한 보존과 정비가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또 “왕경의 경계와 공간에 대한 논의는 오랜 기간 진행돼 왔으나 이 시점부터 보존과 정비도 중요한 주제로 부각됐다”면서 신라왕경 핵심 유적 정비 사업은 계속 진행하되 왕경 전체의 유기적 이해를 바탕으로 보존 정비 방안을 함께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결론을 내렸다.이를 위해 왕경 전체의 보존 및 정비를 위한 별도의 논의가 필요하고 이를 바탕으로 체계적인 보존 계획 수립의 필요성을 제기했다.또 “2018년 학술대회서 신라 왕경의 체계적인 보존과 정비를 위해 지적하고 제시한 문제점들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 방안을 아직 마련하지 못한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하며 논의를 다시 시작해야 되는 시점이라고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