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세기에 ‘빛이 있으라!’하여 이 우주가 창조되었다고 하지만, 내가 보기에 이 우주는 우리들의 의식(意識)속에 존재하는 허상으로 보이며, 이 의식이 사라지는 순간 우주는 어디 있으며 희로애락(喜怒哀樂) 또한 머물 곳이 없으니, 무명(無明)을 걷어 내는 순간이 곧 창세기(創世記)가 아닐까 한다.아무리 빛이 충만한 백주(白晝)일지라도 사람에게 빛을 감지할 수 있는 감각기관(目)이 없었다면, 이 세상은 암흑세계인 것과 마찬가지로 인간에게 옳고 그름을 구분할 수 있는 이성(理性)이 없었다면 정의(正義)가 정의(定義)될 수 없었을 것이다.그러니까 정의(正義)를 정의(定義)한 것이 곧 법(法)이라 할 것인데, 뉘라서 세 치 혓바닥으로 불의(不義)를 정의(正義)라 할 것이며 불법(不法)을 합법(合法)이라 고집하는가? 아무리 짙은 먹구름이 태양을 가려도 태양은 사라지는 것이 아니듯이 제아무리 불의가 정의를 덮으려 해도 정의는 거기 그대로 남아 있을 뿐이다. 우리가 미래를 바꿀 수 있을는지는 몰라도 과거를 바꿀 수 없다는 것은 정설이다. 왜냐하면 이 우주는 빅뱅 이래 팽창하고 있으며, 시간은 오로지 정 방향으로 흐를 뿐 역방향으로 흐르지 않는다는 것이 바로 현대 물리학이 밝혀 놓은 움직일 수 없는 시공간 개념이기 때문이다.하기에 인간의 기억 속에 남아있는 역사는 신(神)조차도 바꿀 수 없는 시공간 속 불변의 과거임에도 불구하고, 인간들이 괴변으로 역사를 바꾸려 하는 것은 불의를 넘어, 만인(萬人)이 인정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신이 진노할 일이 아닐까 한다.내가 읽은 역사가 아니라 내 눈으로 본 역사를 누가 바꿀 수 있다는 것인지 모르지만, 내가 태어나기 전 까마득한 옛날 이미 한반도에는 삼한(三韓)이 있었고 그 후 고려조(高麗朝)를 거쳐 조선조(朝鮮朝) 그리고 대한민국이라는 정부가 세워졌다는 것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역사일 것인데, 내가 탄생한 거의 동시대에 시작된 대한민국이 건국인가? 위정자(爲政者)가 누가 되었든 간에 한반도의 주인은 주권재민(主權在民) 이 땅에 사는 우리가 아닌가?만일 강도가 당신의 집을 일시적으로 점거했다고 하면 당신의 주권은 사라지는가? 만일 어떤 범죄자가 당신의 차를 훔쳐 갔다면 당신은 그 차의 차주가 아닌가? 만일 가택 침입자가 유부녀를 겁탈하였다면 그 범인을 남편으로 인정해야 하는가? 그리고 적에게 사로잡힌 전쟁포로는 국적이 바뀌는 것인가? 전쟁포로가 적진을 탈출하기 위해 무력을 사용했다면 그는 테러리스트가 되는 것인가? 인간이 아닌 동물도 우리에 갇히면 그 우리를 탈출하려 드는데, 그것은 천부의 인권에 앞선 모든 생명체의 본능이 아닐까? 언어의 뜻이 이렇게 왜곡되고, 괴변이 이렇게 사람의 이성(理性)을 혼란케 한 적이 있었는지 모르지만, 아무리 짙은 비구름을 몰고 다니는 태풍도 보름이상 태양을 가리지는 못하듯이, 거짓말의 유효기간은 매우 짧다.혀끝으로 하는 말의 진동은 듣는 이의 귓바퀴에 머물지만, 가슴으로 하는 말의 진동은 내이(內耳)에 도달하여 듣는 이의 가슴에 전달된다. 공감(共感)은 송수신기 주파수의 공진(共振)과 같아서 수신기에서 복조(復調)되지만, 비공감은 비 공진으로 아무리 강한 송신기로 전파를 발사해도 수신기에서 복조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효율을 논하기 전에 전혀 무익한 행위임을 알지 못하는가? 태양은 언제나 그 자리에 그대로 밝은 빛을 발하고 있지만, 우리가 서 있는 시공간의 위치에 따라 낮과 밤이 교차된다. 그러나 백주 대낮인들 눈 감은 사람이 빛을 볼 수는 없으니, 우리 모두 입을 닫고 눈만 뜨면 무명(無明)에서 벗어나 밝은 빛을 보게 되지 않을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