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서히 차를 마시다 보면 습관이 되고, 습관처럼 마시다 보면 스며들고, 스며들면 서서히 차를 이해하는 근본이 자연스레 생길 겁니다”
  가장 ‘경주스러운’ 찻집 ‘아사가(我思佳) 차관’ 김이정(62) 대표에게는 그윽한 차향이 배어있는 듯하다. 차문화 보급의 가장 일선에서 일상적으로 차를 널리, 쉽게 접할 수 있는 문화를 알리는 행보를 수십 년간 이어온 그는 덕(德)이 있는 자를 위한 차의 성정을 닮았다.
  잡다한 일상에서 벗어나 자신과의 대화가 필요할 때 가장 적절한 안내자라고 할 수 있는 차와 관련한 문화 확산을 위한 김이정 대표의 진심이 느껴지는 아사가 차관(경주시 천군1길 11)에서 그를 만났다. 제법 바람이 선선해진 6일 오후였다. 
 
처음 차와 인연인 된 입문 이야기서부터 오는 28일 개최될 제7회 경주세계차문화축제를 견인하기까지의 ‘일상다반사(日常茶飯事)’가 차의 깊은 맛이 우러나듯 풀어 헤쳐졌다.
  “차(茶)는 어렵지 않아요. 일상 속, 가정에서 정해진 도구가 아니더라도 얼마든지 좋은 차를 매일 마실 수 있습니다” 이렇듯 차의 일상화를 강조하는 그는 직장을 다니던 20대 초반, 업무차 출장을 갔다가 당시 기림사 주지스님이 차를 내는 모습에 감동해 차의 매력에 빠지게 됐다고 한다.
  “누구나 인연으로 이어지고 만나지만 차 역시 그래요. 수백 명에게 권하지만 인연이 닿는 사람만 차와 인연이 돼죠”
건강상의 연유로 직장을 그만둔 이후, 6년여 공백기였던 30대 초반 보이차를 만나 차를 마시고 다구 등을 갖추면서 ‘찻집’ 개업에 대한 꿈을 차곡차곡 키운다. 그의 바람은 2002년 ‘아사가’라는 찻집을 열면서 대중과의 소통이 시작됐다.
  “전세금 1500만원을 빼 사글세를 살며 첫 찻집을 열었어요. 하나씩 모은 차와 다구를 찻집에 들여 놓았구요” 2006년엔 확장해 아사가의 공간은 더욱 넓어졌다. “굳이 확장이라는 의미보다는 차 마시면서 음악회도 하고 차와 관련된 도구들 전시도 하는 문화적인 콘텐츠를 공유할 공간의 확대였습니다” 그해 12월부터였다. 김 대표는 ‘차회’를 시작해 지금까지 한 달도 빠뜨리지 않고 18년째 운영하고 있다.
  매달 진행해 온 차회는 다시 보문으로 찻집을 옮기면서 100명이 참가하는 ‘100인 차회’로 이어졌고 매달 차회를 한 지 100회째엔 ‘100회기념 차회’를 보문호숫가에서 치르게 된다. 이 행사는 2016년 제1회 경주세계차문화축제인 ‘100석 차회’로 발전된다.
  “차회 열흘 전 지진이 온 경황 중에도, 아사가 차회 회원을 주축으로 중국과 대만 2개국, 국내 차인들이 참석해 진행했어요. 풍광이 뛰어난 보문호숫가에 찻자리를 만들면서 조금씩 확장시켜나갔죠”
 
닫힌 공간보다는 사람들이 즐겨 찾는 보문의 아름다운 풍광을 배경으로 찻자리를 마련해 차를 잘 모르는 사람에게도 친숙하게 다가가기 위해서였고 편안해지도록 유도하기 위해서였다. 바로 저변의 확대였다. “야외차회가 굉장한 모험인데도 불구하고, 보문호 일대에서 지속적으로 고수하는 이유입니다”
  그렇게 발족된 축제의 2회까지는 경주시 지원 없이 치렀다고 한다. “아사가 차회 자체가 어떠한 영리 추구 없이 처음부터 차 인구의 저변 확대가 목적이었기 때문이죠” 보이차 등 찻값은 천정부지로 오르는데 19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회비나 찻값을 인상하지 않고 있다는 대목에서 그의 진심이 방증된다.
  올해 7회까지 차 축제를 이어 온 것에는 경주시와 경북도 등의 후원은 물론, 아사가 회원들의 일상적 차문화의 실천과 김은호 경주세계차문화축제 조직위원장의 적극적인 후원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한다.
  그러나 김 대표는 축제를 이어오면서 한 가지 아쉽고 부러운 사례를 다른 지자체에서 들었다. 문경에서 매년 열리는 찻자리 경연대회인 ‘칠석문화제’를 언급하며 “문경시는 적극 지원을 약속하며 어떤 방법으로든 지원해 차 문화를 잇기 위해 애쓰는 모습이 경주와는 사뭇 달랐습니다. 경주서는 이런 문화의 가치를 너무 몰라주니 안타까운 거죠”
 
경주가 차의 본고장임에도, 올해도 삭감된 예산으로 진행돼 매년 ‘계란으로 바위치기’라는 느낌이 들 때도 있다는 것이다. 김 대표의 올곧은 소신으로 힘들게 추진해 온 이 축제가 지속적으로 계승발전 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해 보였다.
 
그는 다시 차 보급 이야기를 이어갔다. “차는 자유롭게 마실 수 있어야 합니다. 언제든지 저는 그게 목적이에요. 결국은 문턱을 낮춰 좀 더 쉽게 차를 접하고 더 많이 보급하는 거죠. 특히 기본적인 소양을 아직 갖추지 못한 젊은 친구들이 차를 매개로 인성을 회복하고 조금씩 차의 가치를 알아가길 바랍니다” 김 대표는 그러면서 ‘하루에 5분’ 만이라도 차를 마시며 자신에게 이로운 시간을 가질 것을 권했다.
또 요즘 젊은층에서 유행하는 ‘연예인 차’에서 결여된 차의 본질과 맛, 정신성을 알려줄 수 있는 역할이 있으면 언제나 마다하지 않고 회원들과 함께 봉사하기를 바랐다.
  한편 28일 경주보문호 광장 일대에서 개최되는 제7회 경주세계차문화축제는 오전11시부터 오후6시까지 단 하루, 세계 8개국 찻자리를 체험할 수 있다. 이번 축제에는 한국, 일본, 중국, 대만, 스페인, 미국, 독일, 이탈리아 등 총 8개국 차인들이 참여해 세계각국의 차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다양한 찻자리를 선보일 예정이다. 올해 차회는 해외 팀 20개를 포함해 70여 개 팀이 함께 한다.
  세계적인 차 맛을 보기 위해서는 티켓을 구매해야 하는데, 차 재배를 하는 이들의 정성과 노고를 기억하고 차를 귀하게 대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티켓 문화를 정착시키고 있다고 한다. 티켓은 1만 원권과 10만 원권으로 구분된다. 1만 원권 티켓은 일반 차석 두 곳 부스에서 차를 마실 수 있다. 10만 원권 티켓은 골동보이차인 칠자병차 소녹인 73청병을 시음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