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폐암 표적치료제에서 치매 원인인 알츠하이머의 치료 가능성을 발견했다. 한국뇌연구원은 인공지능기반 뇌발달질환 디지털의료기기 실증지원사업단의 허향숙 단장 연구팀이 폐암 치료제인 에롤로티닙이 알츠하이머병증을 개선한다는 사실을 규명했다고 1일 밝혔다. 에롤로티닙이 대표적인 치매 원인인 타우·아밀로이드 병증과 뇌염증을 줄이고 인지기능을 높인다는 사실을 밝혀냈다.우리 몸에 있는 표피 성장인자 수용체(EGFR)는 혈관 생성에 관여하며 암을 일으키는 주요 위험이며 알츠하이머의 주요 원인인 베타 아밀로이드 단백질의 수용체로도 작용한다고 알려져 있다. EGFR과 알츠하이머의 상관관계에 대해서는 아직 구체적으로 알려진 바가 없지만 효과적인 EGFR 저해제는 알츠하이머 병증 치료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전망돼 왔다.연구팀은 EGFR 저해제 중 하나로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아 폐암 치료제로 활용되고 있는 에롤로티닙이 알츠하이머 병증 조절 및 인지기능 개선에 효과가 있다는 것을 이번 연구를 통해 규명했다.알츠하이머 원인으로 알려진 타우 단백질이 과발현되는 동물모델에게 에롤로티닙을 투여해 타우 병증인 과인산화 및 피브릴 형성 등이 억제되고 타우 병증을 유발하는 효소인 타우 키나아제 발현이 저해되는 것을 확인했다. 에롤로티닙을 투여한 알츠하이머병 동물모델은 해마 의존적 인지기능이 향상됐고 해마 신경세포의 수상돌기 수가 증가했으며 성상세포 과활성이 감소해 알츠하이머 병증이 개선되는 결과를 보였다. 또 다른 알츠하이머병 원인으로 지목되는 아밀로이드 베타가 과발현되는 동물모델에게 에롤로티닙을 투여했을 때도 해마에서 신경세포 수상돌기 수가 증가했다. 해마 의존적 인지기능은 개선됐고 아밀로이드 베타 플라크 축적 및 타우 과인산화 현상은 줄었으며 뇌 염증도 감소했다. 허향숙 단장은 “이번 연구는 EGFR 저해제가 항암뿐 아니라 알츠하이머 병증 개선에도 효과가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며 “향후 뇌신경질환 치료제 개발은 물론 실증사업단에서 지역 기업과 협업해 개발하고 있는 디지털 의료기기와 EGFR 저해제의 병용치료에도 적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뇌연구원 이현주 선임연구원과 황정우 연수연구원이 제1저자로 참여한 이번 연구는 국제학술지 ‘Frontiers in Immunology’ 최신호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