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의과대학 교수들은 3일 결의대회를 열고 정부가 의대 정원 확대를 무리하게 추진하기 위해 의대를 평가·인증하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의평원)을 무력화하려고 한다고 비판했다.의대 교수들은 3일 오후 용산 전쟁기념관 앞 광장에서 '의학교육평가원 무력화 저지를 위한 전국의과대학 교수 결의대회'를 열었다. 최창민 전국 의과대학교수비상대책위원회(전의비) 위원장은 개회사에서 "이주호 교육부 장관은 분명 의대 교육이 가능한 환경을 만들 수 있다고 자신 있게 말했지만, 불과 6개월 만에 이제는 의평원에 압력을 가하고 심지어 시행령 개정을 통해 의평원을 말살하려고 한다"고 비판했다.최 위원장은 국회를 향해 "곧 시작되는 국감에서 의평원 무력화와 의대 부실화를 초래하는 모든 과정을 철저히 밝혀달라"며 "정부의 의평원 말살 시도에 대해 끝까지 저항할 것"이라고 강조했다.김창수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 회장은 "(의정갈등) 8개월이 지난 지금 정부는 2천명이라는 감당하지 못하는 수준의 의대 증원으로 제대로 된 의학 교육이 불가능해지자 의평원 무력화를 통한 후진국 수준의 의사를 양산하려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오늘 이 자리는 최초로 교수들이 모이는 집회의 자리"라며 "우리의 투쟁이 시작되는 자리"라고 강조했다.이날 결의대회는 전의비 주관, 전의교협 주최로 열렸다. 참석자 대부분은 의대 교수들이었다. 집회 신고 인원은 500명이고, 경찰 추산 350명, 주최 측 추산 800명이 참석했다. 교수들은 '교육농단 저지하여 의평원을 지켜내자', '교수들이 합심하여 국민건강 수호하자' 등의 문구가 적힌 손팻말을 들었다.의대 교수들은 시국 선언문을 통해 "열악한 환경에서 국민 건강을 지키고 의료 발전을 통해 건강한 미래를 만들어가던 우리의 의료 시스템이 현 정부의 아집과 독선 속에 단 8개월 만에 완전히 무너지고 있음을 보며 참담한 마음을 금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정부는 10년 뒤에 오히려 남아돌지도 모르는 의사 수를 과학적이지 못하고 주술적인 숫자로 계산하여 추계하고, 개혁을 빙자한 개악만을 남발하며 의료 시스템 자체를 허물어뜨리기에 이르렀다"고 비판했다.그러면서 "오로지 대통령 한 명의 잘못된 자존심과 체면을 위해서라면 우리 다음 세대들의 국민 건강은 내팽개쳐지고 망가져도 상관없다는 정부의 모습에 전국 의대 교수들은 좌절하고 분노한다"고 강조했다.의대 교수들은 현 정부를 브레이크를 액셀러레이터로 착각해 마구 주행하는 '급발진 정부', 가야 할 방향을 반대로 인식한 '역주행 정부', 주변에서 모두가 운전대를 잡지 말라는데도 자신이 정상이라고 우기며 운전하는 '음주운전 정부'라고 꼬집었다.그러면서 ▲의평원 무력화 시도 즉각 중단 ▲의대 증원 즉각 중단 ▲필수의료 패키지 폐기 ▲대통령 직속 의료개혁특별위원회 파기 ▲책임자 즉각 처벌 등을 요구했다.이날 결의대회에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위원장인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과 의사 출신인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도 참석했다. 박 위원장은 "이 정부에서 연구개발(R&D) 예산을 정상화하려는 카이스트 졸업생의 입을 막고 끌어내고 비판적인 기사를 쓴 언론들은 압수수색의 대상이 됐다"며 "그러더니 이제는 의학교육이 제대로 될 수 있는지 평가하겠다는 의학교육평가원의 입을 틀어막으려고 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안 의원은 "아무리 의사가 늘어도 의료 수준이 추락해 의료사고가 더 생기게 되면 도대체 무슨 의미가 있느냐"며 "실력이 부족해도 의사 고시를 통과할 수 있게 되면 결국 가장 큰 손해는 국민들에게 돌아올 것"이라고 지적했다.앞서 정부는 대규모 재난이 발생해 의대 학사 운영이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못한 경우 등에 의평원이 불인증하기 전 의대에 1년 이상의 보완 기간을 부여하는 내용의 '고등교육기관의 평가·인증 등에 관한 규정' 일부 개정안을 11월 4일까지 입법예고한다고 밝혔다.이에 대해 의대 교수들은 정부가 대규모 의대 인증 탈락으로 무리한 의대 증원의 과오가 드러날 것이 두려워 의평원을 무력화하려고 한다고 비판했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