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리서 보면 사진, 가까이서 보면 조각에 다름없는 새로운 장르의 ‘신라 석불’전. 석불 작가 안한식의 손끝에서 1400년 전 석불을 조각하던 이름 모를 석공들의 혼과 손길이 소환됐다. 안 작가는 지난 20년간 찍은 석불 사진에 첨단 기술을 덧입혀, 사진이라는 2D 평면 예술에 3D 프린트를 접목해 신라 석불의 아름다움을 재해석해냈다. 한국의 아름다움을 첨단 기술로 재해석 한 안한식 작가가 ‘경주의 숨은 보석 石佛’전으로 경주를 찾았다. 시공간을 초월한 예술의 세계에서 작가가 전하는 이야기를 만날 수 있는 경주에서의 이번 전시는 특히 1, 2차로 나눠 2024경주문화유산야행에서 먼저 첫선을 보였다. 그 전시에 이어 ‘충의당에서 손끝으로 느껴보다’전이 경주 충의당(경북민속문화재 제99호)에서 27일까지 진행된다.
전시는 충의당 사랑채 외 3개 구역(사당, 동채, 유물관)에서 진행되며 일몰 후인 오후 6시부터 11시까지 관람할 수 있다. 작가와의 대화는 26일(토요일) 오후 6시에 진행될 예정이다. 이번 석불 연작전은 한국의 불교가 전성기를 이룬 신라 시대 4~8세기의 유적지를 작가가 직접 답사하며 찍은 석불 사진을 토대로, 새로운 미디어를 접목해 색다른 시각적 표현의 발견을 보여준다. 안 작가는, 오랜 세월의 풍파를 견디며 닳고 무뎌졌지만 온화한 부처의 미소, 부드러운 옷깃은 여전히 숭고한 아름다움을 자아내는 석불의 매력에 빠졌다고 한다. 그러나 여러 차례 석불을 카메라에 담고 종이에 출력하기를 반복해 보았지만, 현장에서 마주했던 석불의 존재감은 쉽게 표현되지 않았다고 했다. “석불을 볼 때마다 무명의 조각 작가들이 떠올랐다. 일반 사진으로는 도저히 시간성과 입체감, 화강암의 질감을 표현하는 방법이 불가능했다”는 그는 이러한 요소들을 평면에 나타내기 위해 여러 방법을 찾고 시도하던 끝에, 적층 방식으로 형상을 만들어내는 3D 프린팅이라는 첨단 기술에 주목하게 된다.
2차원 종이에 잉크로 출력하는 기존의 인화 방식이 아닌, 수만 번 겹겹이 층을 쌓아올리는 3차원 적층 방식으로, 사진이 가진 평면의 한계를 넘어 시간을 초월한 예술혼을 오롯이 담아낼 수 있는 혁신적 방식이었다. 무수한 좌표를 반복적으로 움직이면서 재료를 쌓아올리는 방식이 석불에서 발견할 수 있는 시공간적 요소를 잘 드러낼 수 있다고 보았던 것이다. 
 
그것은 10년간의 연구로 이어졌고 드디어 예술과 기술이 만나 3차원 적층 인화와 700시간의 기다림을 통해 석불의 입체감을 살린 작품으로 완성시킨 것이다. 
 
새로운 사진 예술의 세계를 선보이는 작가의 전시는 관람객들이 먼저 반응한다. 작품을 향해 관람객들은 거침없이 손을 내민다. 거칠고 도톨한 요철과 함께 가까이 다가오는 석불은 멀리서 보면 영락없는 사진 같은데, 가까이에서 보면 확연한 조각으로 느껴지기 때문이다. 한 관람객은 “실제로는 만져볼 기회가 적은 석불을 전시에서 직접 만져볼 수도 있고 바로 앞에서 보는 듯한 질감과 느낌을 주어서 매우 특별한 작품”이라고 말했다. “신라 시대에 손으로 작업한 석공들의 작업에 제가 개발한 최첨단 기술을 접목해 새롭게 구현했으니 ‘제2의 석공’으로 다시 태어난 것 같다”는 석불 작가 안한식, 그는 오늘도 길을 나선다. 
안한식 작가는 인하대 기계공학과 졸업, 중앙대 산업교육원 사진학과 졸업, 현재 갤러리 SEMS 대표다. 개인전 ‘사진을 조각하다’ 외 8회, 그룹전 ‘국제사진축제’ 외 10여 회에 참여했다. 현대정공, 현대모비스 등 현대자동차 그룹에서 1974년부터 2004년까지 임원으로 근무한 이력이 이채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