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움도 싫어함도 깨끗이 씻어 버리니, 헐뜯고 칭찬함이 어디에 붙겠는가. 초연히 생사를 해탈하니, 금까마귀 하늘 뚫고 날아가네’(대궁당 종상 대종사 임종게)불국사 회주이자 조계종 원로 의원인 대궁당 종상(76) 큰스님의 영결·다비식이 12일 불국사 광장에서 원로회의장으로 엄수됐다. 한국불교와 종단 발전을 위해 진력한 종상 큰스님이 지난 8일 임종게를 남기고 적멸의 세계로 들어갔다.이날 오전 10시부터 불국사 경내 영결식장에서 진행된 영결식에는 원로의장 자광 스님, 총무원장 진우 스님, 동국대 이사장 돈관 스님 등을 비롯, 전국 교구본사 주지스님 및 중앙종회의원, 정원주 중앙신도회장, 이헌승 국회정각회장, 이철우 경북도지사 등 사부대중 1000여 명이 운집해 대종사의 마지막 길을 함께했다.
영결식은 삼귀의례와 영결법요로 시작됐다. 원로의원 종우 대종사와 문도대표 성행스님이 종상 대종사 영단에 향과 차를 올렸고, 이영숙 불국사 신도회장과 박완규 신도회 수석부회장이 헌화했다. 호계원장 보광스님의 종상 스님의 행장 소개에 이어, 조계종 총무원장 진우스님은 추도사에서 “선지식을 잃은 천년고도에서 대들보가 사라진 법당과 전각에는 하얀 연기가 허공을 향해 말없이 타오른다”며 “스님께선 자성과 쇄신결사, 백만원력운동, 천년을 세우다 등 종단의 모든 불사에 든든한 후견인을 자처하며 묵묵히 뒷바라지를 아끼지 않으셨다. 스님이 남긴 가르침을 따라 후학들 역시 그 길을 부지런히 따라갈 것”을 다짐했다.또 “서산에 해가 지면 동쪽에 다시 달이 떠오르는 것처럼 대종사의 속환사바를 기다린다”고 전했다.종정 중봉 성파 대종사는 “산승이 금일 대궁당 종상 대종사 각령전에 법공양을 올리오니 잘 간직해 역겁에 매하지 마시고 삼매락을 누리소서”라고 전했다.영단에 조시를 올린 불국사 원로 덕민스님은 “염화미소의 가풍으로 도솔천에 오르시고 그곳엔 조실스님도 계신다니 우린 다음에 따라가겠다”고 읊었다.
한편 윤석열 대통령도 조사를 전해왔다. 용호성 문화체육관광부 제1차관이 대독한 조사에서 “조계종의 큰 어른인 대궁당 종상 대종사님의 입적을 온 국민과 함께 애도한다. 종상 대종사는 천년고찰 불국사 회주로서 부처님의 자비와 상생의 가르침을 설파하며 나라 평안과 국민 행복을 염원했던 이 시대 큰 어른이었다”고 전했다. 동국대 이사장 돈관스님은 조사에서 스님께선 법화의 실천행을 몸소 보여줬다며 “휴전선 넘어 사찰을 복원하고 북에서 넘어온 사람들 일일이 챙기던 평화의 마음, 다문화의 차별을 일찍이 바로 잡아 타국살이 아픔을 따뜻하게 보듬어 준 자비의 마음이었다”고 말했다.이철우 경북도지사는 “스님 깨달음과 업적을 이어받아 국가와 지역발전에 힘쓰고 모두가 행복한 경북도를 만들 것”이라며 “대자유의 열반으로 드시길 바라옵고 대종사의 극락왕생을 기원한다”고 밝혔다.주낙영 경주시장도 “큰스님 높은 뜻을 기리며 갈등과 분열을 벗어나 상생 협력, 나눔과 배려하는 사회를 만드는데 더욱 정진해나가겠다”고 말했다.
영결식에 이어 대궁당 종상 대종사의 법체(출가하여 법의를 입고 있는 승려의 몸)는 연화대로 이운됐다. 문도스님을 비롯한 불자들은 ‘나무아미타불’을 염송하며 종상 스님의 마지막 길을 배웅했다. 곧 “스님 불 들어갑니다”라는 외침 속에 종상 대종사의 법체 다비식이 거행됐다. 한편 종상 대종사의 49재는 오는 14일 경주 불국사 초재를 시작으로 21일 기림사 2재, 28일 불국사 3재, 12월 5일 불국사 4재, 12일 불국사 5재, 19일 불국사 6재, 26일 불국사 막재가 봉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