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시 서면 도리마을 은행나무숲이 노랗게 물들면서 장관을 이루기 시작했다. 이곳은 최근 들어 SNS를 통해 널리 알려지면서 전국적인 유명세를 타고 있다. 주말이면 하루 3000여명의 관광객이 몰리면서 산간벽지였던 도리마을이 잔칫집처럼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도리마을에서 태어나 이 마을을 지키고 있는 김연하(62) 경주시 서면 이장단협의회장은 “우리 마을의 은행나무숲이 지역의 작은 단풍 명소에서 전국의 대표적인 단풍 관광지로 각광을 받게 돼 기쁘게 생각한다”며 “다른 단풍 관광지와는 다르게 때가 묻지 않은 자연을 배경으로 아름다운 경관을 자랑하는 우리 마을의 은행나무숲을 찾는 관광객들이 마을을 찾아 불편함이 없도록 주민과 함께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경주시의 서쪽 끝에 위치한 서면 도리마을은 은행나무숲이 알려지기 전까지는 산간 오지마을이었다. 은행나무가 처음 심겨진 것은 지금으로부터 약 55년 전이다. 당시 도리마을은 도로도 없고 전기도 들어오지 않는 첩첩산골이었다. 이곳을 고향으로 두고 있는 고 김용재씨가 자신의 선조 묘소에 묘제를 지내기 위해 고향을 방문해 빈궁한 고향마을을 도울 방법을 궁리하다가 은행나무를 심었다.당시 은행나무는 가로수로, 잎은 약제로, 열매는 식용과 약용으로 인기가 높고 수익성이 높은 것에 주목해 직접 땅을 매입하고 1970년부터 1973년까지 7000여 평 8개 필지에 은행나무를 심어 숲을 조성하고 마을회관도 기증했다. 김씨의 계획대로 숲이 조성된 10여 년 후부터 마을 주민들은 은행잎을 독일로 수출해 자녀 학비 뒷바라지 등을 할 수 있었다고 전한다.현재 이 숲의 소유주는 김용재씨의 아들 김정일씨다. 김씨는 퇴직 후 부친의 뜻을 이어받아 십수년간 은행나무숲을 관리하고 오늘에 이르렀다. 경주시는 이 숲이 관광자원으로 충분한 가치가 있고 체계적인 관리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이 숲을 사들이기로 하고 김정일씨와 협의 중에 있다. 지난 2일 경북신문은 이 숲을 배경으로 ‘도리에 물들다’라는 제목의 음악회를 개최했다. 아름다운 자연을 배경으로 열린 음악회는 품격이 높은 축제로 관광객들에게 찬사를 받았다. 경북신문은 경주의 축제들이 대부분 도심에서 열려 소외됐지만 충분한 가치가 있는 관광지를 널리 알릴 필요가 있다고 판단해 도리마을에서 음악회를 준비한 것이다.김연하 이장은 “경북신문이 은행나무숲의 자연환경에 아름다운 음악을 더한 축제를 열어준 것에 대해 모든 주민이 고마움을 느끼고 있다”며 “해를 거듭하면서 경주를 대표하는 문화관광 축제로 성장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도리마을에 인접한 곳에 경주 서부 지역의 농업용수를 대는 심곡지가 있다. 심곡지는 일제강점기 때 고 강상회 선생이 설계한 저수지다. 저수지가 완성됐을 당시 서면과 건천은 물론 멀리 동방에까지 물을 댈 만큼 대규모 저수지였다.경주시는 심곡지의 아름다운 경관과 도리마을 은행나무숲을 연계한 관광자원 개발을 위해 55억원의 예산을 들여 ‘심곡지 둘레길’ 조성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둘레길이 완성되면 단풍철에만 한정됐던 관광객들의 방문에서 벗어나 사시사철 관광객이 찾게 돼 도리 주민들의 삶에 큰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하지만 도리마을은 아직 여러 인프라가 부족한 상태다. 주차장이 절대적으로 모자라 단풍철 주말이면 간선도로에서 도리마을까지 두세시간이 걸리기도 한다. 김연하 이장은 “관광객들이 도리마을을 찾아 편안하게 머물 수 있는 다양한 관광 편의시설과 주차장을 신속하게 확충해 인구소멸, 지역소멸의 위기를 겪고 있는 도리마을이 새롭게 태어나는 계기가 만들어질 수 있도록 경주시의 적극적인 배려가 필요하다”고 밝혔다.김 이장은 “도리마을은 경주시에서도 전혀 때가 묻지 않은 순수한 관광명소”라며 “전국의 관광객들이 마을의 손님으로 방문하면 반갑게 맞이하고 평생 잊히지 않는 추억을 만들어 가게 적극 도울 생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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