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상주시 청리면 청하리에 소재한 청리초등학교는 1924년 개교로 올해 9월 1일 100주년을 맞아 졸업생 및 총동창회에서 기념비 제막 행사를 지냈다.올해 97회까지 모두 8474명의 졸업생을 배출한 청리초는 100주년이라는 유구한 역사를 바탕으로 올곧은 인성의 터전 위에 학생들의 꿈과 희망이 자라고 상상력의 나래를 맘껏 펼칠 수 있는 행복한 배움터를 지향하고 있다.
'변함없이 진실하고 향기로운 어린이'라는 의미로 향나무를 교목으로 하고 있으며 교정에는 수령 100년이 넘는 향나무를 비롯해 학교 상징목으로 ‘히말라야시다’로 많이 불리는 개잎갈나무가 있다. 히말라야 지역에서 자라는 나무여서 히말라야시다라고 부르지만 국가표준식물목록에서 정한 우리말 이름은 ‘개잎갈나무’다.청리초는 상주 시내에서 9㎞ 떨어져 도심과 15분이면 갈 수 있는 곳으로 2021학년도부터 자유학구제 시범 운영학교로 지정돼 현재 4학년이 없는 5학급에 21명의 학생이 재학하고 있다. 여기에 중국 국적 학생 1명도 포함돼 있다.
'청리 SPEC 프로젝트'로 배움과 나눔이 행복한 학교를 비전으로 특별한 어울림과 새로운 생각, 맞춤형 프로그램, 더불어 살아가는 삶을 목표로 '올바르고 슬기로우며 튼튼한 어린이'를 지표로 하고 있다.특색교육으로는 경북도교육청 지원사업으로 4~6학년을 대상으로 하는 정보영재학급 운영이 있다. 정보영재학급은 정보 영역에 재능이 뛰어난 학생들을 조기에 발굴하고 학생들에게 드론, 코딩, 프레젠테이션 등의 다양한 경험 제공과 사고 활동으로 정보 영재로서의 기초적인 지식과 소양을 쌓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지난 학예발표회에서는 이러한 정보영재학급 운영을 통해 학생들이 직접 제작한 '내가 만든 초간단 학교 영상'과 애니메이터 체험, SW 코딩체험 등을 전시하기도 했다.
학교 홍보영상은 학생들이 직접 촬영한 동영상과 사진들을 '파워디렉터' 및 'VREW'라는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해 제작됐다. 애니메이터 체험 역시 어플을 통해 학생들이 캐릭터를 직접 움직일 수 있도록 하는 방식으로 구현했다.'움직이는 자동차로 미로를 통과하라'는 미션으로 수행되는 'SW 코딩체험'은 레고로 원하는 모양의 자동차 만들기, 태블릿PC로 명령어를 넣어 코딩하기 등으로 진행됐다. 이외에도 학교 소개 숏폼 영상과 릴스 등도 태블릿PC를 플랫폼으로 전시돼 학생들의 흥미를 이끌어냈다.정보영재학급 운영과 더불어 또 하나의 특색교육으로 전교생을 대상으로 하는 영어 팝송 부르기가 있다. 외국어 수업 강화와 차별화 된 영어교육 활동을 취지로 지난해부터 시행되고 있다.
특별히 아이들의 곡을 직접 검수하고 있는 김주인 교장은 "아바의 'I have a dream' 같은 올드팝들을 추천하기도 하고 학생들이 준비한 곡들도 차례로 반영하고 있다"며 "아직 외국어가 서툰 저학년은 영어동요를 선곡해 발표회를 갖는다"고 전했다.김 교장은 "방과후학교로 바이올린, 피아노 등을 선택해 기본적으로 학생들이 악기를 다루고 있어 전교생 합창단을 만들었다"며 "시에서 주관하는 초등학교 동요합창대회에서 금은상을 휩쓸며 좋은 성과를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청리초 학생들은 인근 노인복지회관에서 합창단 공연과 함께 직접 텃밭에서 가꾼 배추, 무 등으로 정성스레 김장김치를 만들어 기부하고 있다.
김 교장은 "아이들이 늘 행복했으면 좋겠다"며 "청리에서 꿈을 이뤄갈 수 있도록 선생님들이 늘 지지하고 관찰하며 보듬어 줄 것"이라고 약속했다.유치원부터 초등학교까지 모두 청리에서 보내며 '찐청리'로 불리는 6학년 신가현 양(13)은 "친구들과 같이 이야기 나누다 보면 쉴새없이 웃음이 터져 시간 가는 줄 모른다"고 말했다. 이번 학예발표회 때 신 양은 에스파, 블랙핑크 노래에 맞춰 댄스 율동을 선보였다. 또 합창단에서는 '아리랑'과 '꿈꾸지 않으면' 등을 불렀다.
신 양은 담임선생에 대해 "수업준비도 열심히 하시고 아이들에게 선물도 자주 주신다"며 "특별한 기념일이 돌아오면 선생님이 예쁜 손글씨로 쓴 편지를 친구들 모두에게 전해주신다"고 했다.한편 청리초는 아동문학가 이오덕(1925~2003) 선생의 첫 부임 학교로 잘 알려져 있다. 2025년 탄생 100주년을 앞둔 이 선생은 1962년 청리초 아이들 68명의 글과 그림을 모은 책으로 '허수아비도 깍꿀로 덕새를 넘고'를 펴냈다.이오덕 선생은 한국글쓰기교육연구회, 우리말연구소를 만들어 글쓰기 교육운동과 우리말 연구에 힘썼다. 저서로는 번역말투, 일본말투를 걸러내고 우리말과 글을 다듬은 명저로 꼽히는 '우리문장 바로쓰기', '우리글 바로쓰기'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