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 시대를 맞아 정치·산업계 전반에서 정년 연장과 관련한 논의가 본격적으로 진행되면서 기업들도 대응에 나서고 있다.기본적으로 기업들은 높은 임금 부담 때문에 정년 연장을 부담스러워하고 있지만 기업 특성에 맞게 탄력적으로 운용할 수 있다면 어느 정도 수용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최근 정년 연장이 정치권으로 논의가 확대되고 있지만 기업들은 선뜻 나서지 못하고 있다. 국내 기업들은 대부분 근속 연수에 따른 연공서열형 임금 체계를 택하고 있어 법정 정년을 연장하면 임금 부담이 가중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특히 올해부터 본격화한 경기침체로 긴축 경영을 해야 하는 기업들로선 정년 연장은 큰 비용 부담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가 지난달 종업원 300인 이상 국내 기업 121곳의 인사 노무 담당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고령자 고용정책에 관한 기업 인식 조사'에서 응답 기업 67.8%가 정년 연장 시 경영에 부담을 느낀다고 답한 것이 이러한 분위기를 반영한다.또 한경협이 김현석 부산대 교수에게 의뢰해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65세 정년 연장 도입 시 추가 고용 비용은 최대 30조2000억원까지 불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하지만 고령화 시대에 정년 연장은 피할 수 없는 요구인 만큼 선제적으로 대응에 나서는 기업들도 있다.이중 일률적 정년 연장을 택한 기업들이 소수이지만 눈에 띈다.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에 따르면 동국제강은 2022년 정년을 만 60세에서 61세로 높인데 이어 지난 3월 62세로 더 연장했다. 크라운제과와 인천공항공사도 정년을 각각 만 62세, 61세로 늘려 운용 중이다.일률적 정년 연장이 부담스러운 기업은 퇴직 후 재고용이라는 대안을 채택하고 있다. 이 방안은 사측은 숙련된 노동자를 신입사원 연봉으로 고용할 수 있고, 근로자는 정년 이후 일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윈윈' 대안으로 여겨진다.이러한 제도를 도입한 대표적 기업은 현대차그룹으로, 현대차는 2019년부터 기술직(생산직) 정년 퇴직자를 대상으로 '숙련 재고용'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포스코도 지난해 정년 퇴직자의 70%를 재고용하기로 합의하고, 현재 퇴직 후 재고용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고용 기간은 1년 단위이며 2년까지 연장된다.기업들은 임금피크제 개시 상향, 퇴직 전문가 재고용 등도 택하고 있다.KT는 지난 7월 임단협에서 임금피크제 개시 연령을 기존 만 57세에서 58세로 높이는 데 합의했고 나이와 관계없이 월 임금의 80%를 주기로 했다. SK하이닉스는 반도체 생산 현장의 최고 커리어 단계로 '마스터' 직책을 도입해 정년 이후에도 이들이 기술력과 노하우를 발휘할 수 있도록 했다.임영태 경총 고용·사회정책본부장은 "단순히 법정 정년을 일률적으로 늘리는 것은 기업경영과 청년고용에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며 "고령 인력 활용 확대를 위해서는 생산성과 임금 간의 괴리를 줄이고, 임금의 유연성을 강화할 수 있는 임금체계 개편이 반드시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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