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026학년도 의대 정원 원점 재검토와 복귀 전공의에 대한 수련 및 입영 특례를 적용하겠다고 하면서 전공의에 사과함에 따라 의료계에서도 대화에 응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대화론'이 고개를 드는 데엔 무엇보다 내년도 의대 정원이 확정되기 전에 당사자인 의료계가 하루빨리 논의에 참여해야 한다는 현실 인식이 깔려있다.12일 의료계에서는 정부에 대한 불신이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았지만 정부의 태도 변화, 사안의 시급성 등을 고려하면 대화 테이블 자체에는 앉을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불거지고 있다.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026학년도 의대 정원을 '제로베이스'에서 의료계와 협의하겠다고 했고, 전공의에게 미안한 마음을 표한 것도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정부의 사과는 전공의 등 의료계에서 거듭 요구해왔던 부분이다.복귀하는 전공의에 대한 수련 특례와 입영 연기 역시 의료계에서 정부에 공식 요청한 사항이고, 정부가 화답한 만큼 의정갈등 해소의 전환 국면이 되지 않겠느냐는 기대도 있다.2025학년도 의대 입시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면서 2026학년도 정원에 대한 논의를 더는 미룰 수 없다는 위기감도 대화의 필요성에 힘을 싣는 요인이다.정부가 내년도 의대 정원을 의료계와의 협의를 통해 원점에서 재검토하기로 한 가운데 대입 일정에 맞추려면 2월 말까지는 결정이 이뤄져야 한다.수도권의 한 의대 교수는 "이 상태로 시간이 지나면 2026학년도에 또 2000명 증원되는 걸로 도장이 찍혀버리지 않겠느냐"며 "의료계가 대화에 참여 안 한다고 증원을 멈출 수 있는 게 아니니까 이제 최대한 빨리 대화해서 전공의·의대생들이 수긍할 수 있는 규모로 합의를 봐야 한다"고 말했다.서울 시내 주요 수련병원 교수 역시 "일단 가장 시급한 건 2026학년도 정원"이라며 "일단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다만 의료계 내부에 정부를 믿을 수 있느냐는 의견도 여전한 터라 의정이 쉽게 마주 앉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전공의들 사이에서는 "정부가 미안한 마음이 있기는 하느냐" "그냥 복귀하라는 요청과 다를 바 없다"는 등 날 선 반응도 적지 않다.더욱이 정부의 특례와 사과에 대한 의료계 내부 입장이 정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전공의들이 얼마나 복귀를 선택할지도 섣불리 판단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이런 가운데 사직 전공의 등의 지지를 등에 업고 당선된 대한의사협회(의협) 신임 집행부는 사흘째 공식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의협은 오는 14일 김택우 신임 회장 취임식을, 16일에는 기자간담회를 계획하고 있다. 이 자리에서 정부 유화책에 대한 입장 등 향후 대응 방향을 밝힐 가능성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