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비상계엄 사태로 탄핵소추와 수사, 재판에 내몰린 윤석열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23일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4차 변론 심판정에서 탄핵심판 피청구인과 증인으로 조우했다. 윤 대통령은 김 전 장관이 심판정에 들어오는 모습을 빤히 쳐다봤지만, 김 전 장관은 윤 대통령을 향해 시선을 맞추거나 인사하는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김 전 장관은 이날 오후 2시 25분께 문형배 헌재소장 권한대행의 지시에 따라 심판정에 입장했다. 문 대행이 "증인 들어오십시오"라고 지시하자 김 전 장관은 변호인과 함께 걸어 들어와 재판부를 향해 허리를 숙여 인사한 뒤 심판정 중앙 증인석에 착석했다. 구치소에서 입는 수용자복 대신 짙은 남색 정장으로 갈아입은 채였다.김 전 장관이 들어오자 눈을 감고 있던 윤 대통령은 손을 앞으로 모으고 고개를 들어 김 전 장관을 빤히 쳐다봤다. 김 전 장관과 눈이 마주치지는 않았다.김 전 장관은 "양심에 따라 숨김과 보탬 없이 사실 그대로 말하고, 만약 거짓말이 있으면 위증의 벌을 받겠다"고 증인 선서했다. 이후 그는 계엄 선포 배경에 관한 윤 대통령 측 송진호 변호사의 질문에 손을 흔들며 강한 어조로 대답했다.김 전 장관은 '계엄을 준비하라는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계엄을 준비했느냐'라는 송 변호사의 질문에 "네"라고 했다.김 전 장관은 비상계엄 선포문을 자신이 국무위원들에게 직접 배포했다고 증언했다. 선포문에는 계엄 선포 사유와 계엄의 종류, 일시, 지역과 사령관 등이 적혀 있었다고 한다. 윤 대통령은 김 전 장관의 진술에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기도 했다.
 
이날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은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이 전달받았다는 '비상입법기구 쪽지'는 자신이 직접 작성했고, 윤석열 대통령은 비상계엄 선포 이후 소수 병력만 투입할 것을 지시했다고 증언했다.
김 전 장관은 '최 권한대행에게 쪽지를 건넨 사실이 있느냐'는 윤 대통령 대리인의 질문에 "있다. 최 대행이 늦게 와서 직접 만나지 못해 실무자를 통해 줬다"고 답변했다. 쪽지를 누가 작성했냐는 질문에는 "제가 (했다)'고 답했다.김 전 장관은 자신이 3000∼5000명의 병력 투입을 건의하니 윤 대통령이 250명만 투입하라고 지시한 것도 맞는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이 '총을 쏴서라도 국회로 진입하라', '두 번, 세 번 계엄을 선포하면 된다'고 지시했다는 이진우 수방사령관의 진술에 대해서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병력 이동 지시는 합법적이며 실패한 계엄이 아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