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시 황성동 '유림숲'을 지키자는 지역 주민의 바람이 커지고 있지만 경주시는 주민이 충분히 납득할 만한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경주시는 황성동 유림숲 일부분 훼손이 불가피한 유림지하차도 구조개선공사를 반대하는 e-편한세상아파트 등 주민의 목소리가 거세지자 26일 경주시장과 관계부서 공무원이 주민 대표 7명을 만났다.   지난 24일 e-편한세상아파트 주민들은 주민토론회를 열고 유림지하차도 관련 공사의 부당함에 대해 논의하면서 경주시가 공사를 강행할 경우 미칠 악영향을 우려해 경주시장과의 면담을 이끌어냈다. 26일 면담에서 주낙영 경주시장은 주민들이 제기한 제반 항의 내용에 대해 낙동강유역환경청 공문을 참조해 설명하면서 당초 경주시는 유림숲을 보존하는 방안으로 공사를 계획했으나 환경청의 반대로 현재의 계획으로 변경됐다고 설명했다.경주시는 “매년 태풍이 오는 시기에 하천이 범람해 도로가 침수돼 일어나는 교통체증으로 많은 시민이 불편을 겪고 있어 유림지하도 구조개선공사는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되풀이했다. 한진숙 e-편한아파트 입주민 대표는 “주민의 항의에 대한 경주시의 입장은 크게 변함이 없었다. 단지 상호간 주장과 의견을 교환하는 수준의 자리였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시장님이 ‘낙동강유역을 관할하는 환경청에 주민과 함께 다녀와서 힘을 모아 재검토를 요청해 보자’는 의견을 제안하셨다”며 “시의원, 부시장, 도시개발국장 등이 동석한 가운데 하신 말씀이라, 좋은 결과가 있을 것으로 믿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주민들은 이날 면담이 전체적으로 시민과 주민의 의견을 수용하려는 자세가 아니라 경주시의 계획을 설득하려는 태도여서 변화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우려했다.한편 주민들은 황성동 유림지하차도 구조개선공사를 하지 않아도 교통소통에 큰 문제가 없으며 단지 1년에 2~3차례 태풍 때 잠시 교통통제의 불편을 감수하면 되는데 이러한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천년 역사문화를 간직한 유림숲을 제거하는 일은 부당하다는 목소리를 높여왔다. 또 도로공사가 완공되면 아파트의 외벽과 6차선으로 넓어진 도로 사이가 20여m로 현재보다 절반 이상으로 좁아지고 완충지대가 사라지면서 주민들은 극심한 소음과 매연 등 공해에 시달리게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주민들은 이같은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APEC 정상회의가 열리는 하이코 앞에서 1인시위를 이어가고 지속적인 반대서명을 전개해 행정소송을 통해서라도 유림지하차도 관련 공사를 저지하겠다는 의지를 모으고 있다.마을 주민들은 “경주시가 인근지역인 금장교차로와 신당동에 수십억의 예산을 들여 숲을 조성한다는 계획을 추진하면서 수 천년 역사문화를 가진 유림숲을 제거하겠다는 원칙도, 일관성도 없는 행정을 두고 볼 수만은 없다”고 강조했다.현재 공사는 일시 중단된 상태로, 공사를 안내하는 현수막도 철거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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