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 재정에서 급여 의약품에 지출되는 보험 약값이 해마다 불어나 재정의 지속 가능성마저 해칠 우려가 커지자 건강보험 당국이 약품비용 관리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3일 보건복지부와 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2015년 14조986억원이었던 건강보험 약품비는 2017년 16조2098억원, 2019년 19조3388억원, 2021년 21조2097억원, 2022년 22조8968억원 등으로 매년 올랐다. 특히 2023년에는 26조1966억원으로 전년과 비교해 약 14%나 껑충 뛰었다. 2015년과 비교하면 8년 사이 86%가량 증가한 셈이다.2023년 전체 진료비가 110조8029억원으로 전년보다 4.7% 늘어나는 데 그쳤지만, 약품비는 이보다 3배의 증가율을 보였다.우리나라의 의약품 지출 비중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국과 비교해 높다. 우리나라 2020년도 경상 의료비(Current Health Expenditure: CHE) 중 약제비(의약품 및 기타 의료 소모품비 지출 비용) 비율은 19.9%로 OECD 평균(15.1%)을 상회한다.이처럼 약제비가 느는 데는 급격한 인구 고령화로 고혈압이나 당뇨와 같은 만성질환에 쓰이는 의약품 비용이 증가하는 데다, 국민 부담을 줄여주고자 고가 항암제와 유전자 치료제 등 신약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을 확대한 조치가 큰 영향을 줬다.실제로 2023년 기준 연령대별 약품비 비중을 보면, 60대 환자가 약 6조6000억원(25.2%)으로 가장 많았고 70대(19.7%), 50대(16.9%), 80대(11.7%) 순이었다. 60대 이상 환자의 약품비가 자치하는 비율은 절반을 훌쩍 넘은 58.1%였다.2023년 암과 희귀난치질환자 치료에 투입된 급여 약품비도 각각 8402억원, 2조5492억원으로 전년보다 10.8%, 9.7%씩이나 증가했다.이에 따라 건보 당국은 불필요하게 처방되는 의약품에 대한 관리를 더 강화하기로 했다. 건보 당국은 특허 만료 약제를 대상으로 외국 각국 최고가와 비교해서 국내 약값이 더 높을 경우 가격을 인하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건강보험 목록에 올라가 있는 의약품 중에서 등재된 지 오래돼 임상적 유용성이 미흡한 약제에 대해서는 지속해서 재평가해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면 보험급여를 제한하는 방식으로 등재 의약품의 품질과 비용을 관리하기로 했다.건보 당국은 특히 고가 중증 치료제를 적정하게 관리해 재정 건전성을 확보해 나가기로 했다.고가 약에 대해서는 치료 성과를 평가해서 효과가 없으면 제약사가 보험 약품비를 건보공단에 되돌려주는 '성과 기반 환급제'를 적용하는 등 다양한 유형의 위험분담제 확대로 건보재정 부담을 줄일 방침이다.위험분담제는 건보 당국이 경제성(비용 대비 효과성)이 떨어지거나 효능·효과가 불확실한 항암신약이나 희귀의약품 등 고가 약에 보험급여를 해주되, 제약사는 보험재정에 지나친 충격이 가지 않도록 매출액의 일정 비율 등 일부 보험 약값을 내놓기로 서로 합의하는 것이다.신약 등의 보험 약값 부담을 건보 당국과 제약사가 나누는 것으로, 제약사는 높은 보험 약값을 받을 수 있고 건보 당국은 재정지출을 줄일 수 있다.고가이면서 오남용 위험 등으로 신중하게 사용할 필요가 있는 약제는 사전승인 대상으로 지정해 엄격한 절차를 거쳐 보험 급여 여부를 정하기로 했다.이른바 '사용량-약값 연동제'(PVA, price volume agreement)도 합리적으로 정비하기로 했다.이 제도는 예상보다 약이 많이 팔리거나 전년 대비 일정 수준 이상 증가한 의약품에 대해 제약사와 건보공단이 재정위험 분담 차원에서 연 1회 협상해 약값을 최대 10% 범위에서 깎는 것으로 2007년부터 도입됐다.이를테면 의약품 청구 금액이 직전년도 청구 금액보다 60% 이상 증가했거나, 10% 이상 증가하고 그 증가액이 50억원 이상인 의약품인 경우 건보공단과 제약사가 협상을 통해 약값을 낮추는 방식이다.건보 당국은 청구액이 많은 약제(300억원 이상)의 가격 인하 비율을 상향 조정하는 쪽으로 검토하고 있다.불법 리베이트에 연루된 것으로 드러나 사회적 물의를 빚은 의약품에 대해서는 상한금액 인하 처분 등 엄중한 행정처분으로 의약품 거래의 투명성을 높이고 사후 징수를 강화해 재정 손실을 최소화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