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률 99%로 완공을 눈앞에 둔 경주지역 한 아파트가 국내 대표 부동산신탁사로 알려진 한국자산신탁(시행사)의 갑질과 횡포로 입주예정자들이 고스란히 피해를 입고 있다. 입주자들의 입주는 1년 넘게 지연되고 있다.17일 경주시청 앞에서 시위 중인 경주시 외동읍 삼부르네상스 더테라스 아파트 입주 예정자들에 따르면 이 아파트의 입주자들은 대부분 울산시민으로 이곳 경주로 이주 예정이었으나 공사가 미뤄지면서 1년째 입주 지연으로 고통받고 있다. 아울러 시공사인 삼부토건이 지난달 기업회생 신청으로 공사 마감에도 문제가 발생해 입주예정자들에게는 더 큰 피해가 발생할 것으로 우려된다.
 
김강열 입주예정자 대표를 비롯해 관계자들은 지난 6일부터 경주시청에서 "시공사와 시행사의 분양 및 입주 횡포를 고발한다"는 내용을 담은 집단 민원을 제기하며 릴레이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시위 현장에서 김 대표는 "지난해 3월말 입주로 분양 계약을 했는데 공사 지연과 관련해 사전통보도 일절 없었다"며 "입주예정자들이 수차례 항의를 하면서 그제야 공사중단과 공사재개에 대한 통지문을 받을 수 있었다"고 밝혔다.해당 아파트의 입주지연 안내문을 확인한 결과 시행사 한국자산신탁(주)은 입주 예정일을 모두 세 차례 연기했다. 당초 입주 예정일은 지난해 3월이었으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건설자재 수급 차질 등의 이유를 들어 6월로 1차 연기했다. 이때 분양계약서의 내용대로 지체보상금의 지급 예정임을 안내장에 포함시켰다. 이어 같은 해 5월 2차 입주지연 안내장을 통해 입주 예정일을 6월에서 9월로 또다시 변경, 10월 3차 입주지연 안내장을 통해서는 기존 9월 말에서 올해 2월 말로 입주 예정일을 또다시 변경했다. 이 과정에서 입주지연에 따른 지체보상금의 지급과 최상의 아파트 품질로 보답하겠다며 입주예정자들의 반발을 최소화 하려고 했다.그러나 3차 입주지연 안내 전 지난해 9월 4일 시행사가 시공사에 독단적으로 공사도급계약을 해지하고 보증기관에 이행보증을 청구해 다음날 5일 준공을 목전에 두고 공사가 중단되기도 했다.공사가 중단된 것에 대해 시행사는 "시공사인 삼부토건이 도급공사계약 해지전부터 자금 사정이 악화됨에 따라 지난해 9월부터 공사가 다소 지연된 바 있다"고 했지만 도급공사 해지일까지도 약 300여명의 건설인력이 9월 준공을 목표로 현장에서 공사중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기습적으로 이뤄진 시공사와의 도급공사 해지에 대해 시행사인 한국자산신탁에 문의했으나 당시 상황에서 공사도급계약을 해지한 이유에 대한 설명은 별도로 없었다.
공사 중단과 입주 지연 빌미를 제공한 시행사의 횡포는 지난달 경주시 부시장과 입주예정자 대표 면담 진행 과정에서도 드러났다.김강열 입주예정자 대표는 "시행사 관계자가 면담 과정에서 법적으로 보장된 지체보상금에 대해 막무가내의 태도로 돈이 없어 못해준다면서 4~5%만 받아가라 윽박질렀다"고 토로했다. 법적 지체보상금은 분양계약서에 정하고 있다. 계약서에 명시된 연체기간별 금리는 1개월 미만 5%, 1개월 이상 3개월 이하 10.18%, 3개월 초과 6개월 이하 11.18%, 6개월 초과 12.18%로 '전체 지체일수로 계산한다'고 정하고 있다.
 
하지만 시행사가 제시한 4~5%의 보상금은 1개월 미만인 연체료율로 34평형 기준 90만원 정도에 불과하다. 이에 입주예정일이 1년 넘게 지체된 시점에서 이같은 금액을 주장하는 근거에 대해 물었으나 시행사 측은 별다른 답변을 내놓지 못했다.
 
아울러 시행사에 의해 세 차례 고지된 입주지연 안내문에는 입주 예정자 지체보상금과 관련해 공급계약서 제 4조에 의거 분양 잔금에서 공제 예정임을 모두 안내했다.시행사에 문의한 바 지체보상금 4~5% 지급과 관련해 "발언한 사실이 맞다"면서도 "추후 수분양자 분들과 의견을 반영해 협의해 나갈 부분"이라고 답했다. 
 
하지만 이는 법에 정해진 내용을 이행하라는 입주예정자들의 정당한 권리주장으로 이 상황에 대한 지급 내용을 수차례 서면으로 통지했음에도 지금에 와서 말을 바꾸는 행태는 입주예정자들을 두 번 울리고 있는 격이다.
 
또 아직 마무리 공사가 진행되지 않은 주민 공동시설 및 편의시설에 대해서도 이행할 의사가 없다는 뜻을 공공연히 밝히고 있다. 
 
이에 대한 시행사의 입장은 주민 공동시설 및 편의시설 이행 부분에 대해서도 협의해 나갈 것이라고 밝히고 있으나 이 또한 당연히 진행돼야 할 사항을 협의사항처럼 애기하는 것은 매우 잘못됐다는 입주예정자들의 반응이다.
이에 김 대표는 "튼튼한 자본력과 사업 전문성을 갖춘 국내 업계 1위인 신탁회사가 직접 시행사로 나서 어떠한 경우라도 수분양자의 입주까지 책임을 지는 안전한 사업구도라 안내를 받았기에 모든 입주예정자들이 이를 믿고 분양계약을 진행한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입주를 코앞에 두고 이삿짐을 컨테이너, 창고 등에 보관한 채 월세로 원룸 등을 전전하며 떠돌고 있는 우리의 참담한 현실을 외면하지 말아 달라"고 호소했다.시행사인 한국자산신탁 관계자는 "면담 과정에서 갑질이나 횡포는 전혀 없었다"며 "입주예정자 분들께 죄송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한편 시공사인 삼부토건(시공능력순위 71위)은 지난달 24일 재무상태 악화로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시행사인 한국자산신탁은 지난해 국내 다섯번째로 부동산 신탁사 영업이익 232억원의 흑자를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