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4월 2일 예고한 세계 주요국 대상 상호 관세를 먼저 실행하고 나서 이를 지렛대로 상대를 압박, 자국에 유리한 방식으로 양자 무역 질서를 재편하겠다는 입장을 천명했다. '선 관세 폭탄, 후 협상' 기조를 구체화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자유무역협정(FTA) 체결국인 우리나라도 자동차 등 주요 품목에서 상호 관세 사정권에 든 것으로 관측돼 정부는 상호관세 부과 전까지는 적극적 교섭으로 충격파를 최소화하되, 향후 비관세 장벽을 중심으로 가해질 미국발 통상 압력을 완화하기 위한 전략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마크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은 10일(현지시간) CBS 방송에서 "공정성과 상호주의에 기반한 새 기준선(baseline)을 설정한 후, 세계 각국과 양자 협상을 진행해 양측 모두에게 적절한 새 무역 방식(trade arrangements)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외교가에서는 루비오 장관의 이번 발언이 세계 여러 나라의 상호관세 면제나 최소화 희망에도 내달 상호관세 부과가 우선 예외 없이 강행될 것이라는 미국 측의 입장을 선명히 확인한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우리 정부는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의 방미 등 미국 측과 협의에서 한미 FTA 체결로 사실상 상호 관세를 매기지 않는 특수한 양국의 상황을 반영해 우리나라에는 상호관세를 매기지 말아 달라는 기본 입장을 펴왔다. 그러나 트럼프 신정부는 '30개월 미만 소고기 수입 금지' 등 민감한 농산물 수입 규제를 포함한 각종 비관세 장벽 요소까지 고려해 상호관세를 부과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한미 FTA가 상호관세 부과를 막는 방패가 되기 어렵다는 관측이 커졌다.최근 들어 정부 내에서는 트럼프 신정부가 자국 제조업 재건, 신규 재정 재원 확보 차원에서 관세 정책에 접근 중이라는 점에서 오는 한국뿐 아니라 세계 주요국에 동시다발적으로 상호관세 부과를 강행할 가능성이 커졌다고 보고, '충격파 최소화'라는 보다 현실적 목표로 선회하는 기류가 파악된다.정인교 통상교섭본부장은 방미 중인 지난 14일(현지시간) 워싱턴 특파원들과 만나 "(미국 측이) 적어도 주요국들에 비해 비차별적 대우를 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언급했는데 이는 한국의 정책 초점이 '완전 면제'에서 '충격 최소화' 쪽으로 기울고 있음을 시사한다.그렇지만 미국이 상호관세를 통해 기존 무역 질서를 일단 뒤집어 놓은 상태에서 4월 후 개별 협상을 벼르고 있어 미국의 입장에서 8대 무역 적자국인 한국을 향한 미국의 통상 압력은 이후 거칠게 몰아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미국산에 더 높은 관세를 매겨온 유럽연합(EU) 등과 달리 우리나라는 한미 FTA로 상호 대부분 상품에 무관세를 적용해 향후 비관세 장벽이 미국의 주된 압박의 명분이 될 가능성이 크다.대표적으로 국내에서 매우 민감한 30개월 미만 소고기 수입 제한 문제부터 해묵은 논란인 구글의 정밀 지도 반출 문제, 한국의 약값 책정 정책, 스크린 쿼터제 등에 이르는 다양한 비관세 장벽 문제가 미국 측의 대한국 무역 압박의 대상이 될 것으로 거론되는 이슈들이다. 차제에 미국이 트럼프 1기 때처럼 한미 FTA 개정이나, 전면 철폐 후 새 협정 체결 요구에 나서면서 한미 무역 질서의 틀이 크게 흔들릴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장상식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은 "한미 FTA 체결 효과로 관세로는 상호관세 부과 근거가 희박하고, 대미 무역 적자나 서비스, 디지털, 약값 등의 문제를 근거로 부과할 여지가 있는 것 같다"며 "예단해서 말할 수 없지만 차제에 한미 FTA 재개정 등과도 연계할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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