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잡을 수 없이 번지는 경북도내 산불로 국가유산의 피해가 발생하고 유네스코 세계유산의 피해가 우려돼 이를 저지하기 위한 사투가 벌어지고 있다. 26일 오전 1시 기준으로 집계된 국가유산 피해는 총 8건이다.
 
 
산불을 피해 밤새 유물 긴급 이송 작업을 벌였던 유네스코 세계유산 안동 봉정사는 불길 방향이 바뀌면서 한숨을 돌리는 분위기다.
그러나 26일 오전에도 봉정사 주변에는 펌프차 등 장비 4대와 인력이 배치돼 대기하고 있다. 바람 영향을 받는 불길의 방향이 언제 바뀔지 모르는 상황에 대비하고 있다.유물 보호를 위한 조치도 함께 이뤄졌다. 봉정사에는 현존하는 최고(最古)의 목조 건축물인 극락전(국보 15호) 뿐 아니라 많은 국보와 보물들이 보관돼 있다. 봉정사에 있던 목조관음보살좌상 등 국가 지정 보물 3점과 도 지정 문화유산 30여점은 26일 새벽 국립경주문화유산연구소와 예천박물관으로 옮겨졌다.
봉정사 목조관음보살좌상, 영산회 괘불도, 아미타설법도 등 보물 3건은 국립경주문화유산연구소로 옮겨 놓았다. 1622년 당대 최고 기량을 가진 승려들이 만든 것으로 추정되는 보물 '안동 선찰사 목조석가여래좌상 및 복장유물'은 길안초등학교에 잠시 머무를 것으로 보인다.
전날인 25일에는 오후 4시 50분께 경북 의성군 단촌면 등운산 자락에 있는 고운사가 산불에 소실되었다. 소장 중이던 보물 석조여래좌상을 비롯해 불화 대웅보전 석가모니 후불탱화 등 유형문화유산 41점은 이날 오전 조문국박물관 등 경북 각지로 옮겨졌다. 고운사는 대한불교조계종 제16교구 본사이자 통일신라시대 의상대사가 창건했다고 전하는 유서 깊은 사찰이다. 의성군 고운사 입구에 세워진 최치원 문학관도 전소됐다. 문학관 옆에 있는 고운사 작은 문인 '산문'(山門)은 무사했다또 다른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안동 하회마을과 병산서원 지키기에 나선 산림·소방 당국이 산불이 다른 방향으로 물러가면서 잠시 한숨을 돌렸다.
26일 산림 당국에 따르면 25일 오후 한때 안동시 풍천면에 자리 잡은 하회마을과 직선거리로 10㎞까지 근접했다. 25일 오후 4시께 하회마을에는 주민 대피령이 내려졌으나 산불은 26일 새벽까지 더는 접근하지 않아 한고비 넘겼다는 분위기다.그럼에도 산림 당국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여전히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하회마을에는 소방차 10대, 소방대원 50여 명이 대기하면서 산불 확산에 대비하고 소방 당국은 산불 피해를 막기 위해 밤사이에 방사포 등 장비 8대와 인력 27명을 하회마을에 추가 배치했다.
또 경상북도 문화유산자료이자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 촬영지로 알려진 안동 만휴정(晩休亭)이 화마 속에 큰 피해를 보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밖에도 영덕 장륙사의 경우, 보물 건칠관음보살좌상, 영산회상도, 지장시왕도 등 3점이 거센 불길을 피해 영해면사무소로 긴급 이송됐다. 또 경상북도 유형문화유산인 청송 만세루는 전날 화마를 피하지 못하고 전소된 것으로 파악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