닷새째 확산 중인 경북 의성 산불이 강풍을 타고 북동부권 4개 시·군으로 계속해서 번지면서 진화 헬기가 추락하고 사망자도 늘어나는 등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관련 기사 3,5,9,10,12면)
 
산불 대응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26일 오후 4시를 기준으로 사상자 수가 50명으로 잠정 파악됐다고 밝혔다. 사망자는 24명, 중상자 12명, 경상자 14명이다. 
 
지역별 피해 규모를 보면 의성, 안동 등 경북에서 사망 20명, 중상 7명, 경상 8명 등 35명의 사상자가 나와 가장 큰 인명 피해가 발생했다. 경남 산청에서는 사망 4명, 중상 5명, 경상 4명 등 13명, 울주 온양에서는 경상 2명이 나왔다.26일 산림 당국은 일출 시각인 오전 6시 30분을 전후해 의성, 안동, 영양, 청송, 영덕 등에 진화 헬기 수 십 대와 인력 4918명, 진화 장비 558대를 투입해 주불을 끄는 데 힘을 쏟았다. 
 
진화 작업은 주요 시설과 인구 밀집 지역 등을 중심으로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오후 들어 순간 최대 초속 11m 이상의 강한 바람이 불고 낮 최고 기온도 20도를 웃도는 기상 악조건이 닷새째 이어지면서 어려움을 겪었다.
이런 상황에서 낮 12시 51분께 의성군 신평면 교안리 한 야산에서 진화 작업에 투입된 헬기 1대가 추락하는 사고가 발생해 진화 작업에 핵심 장비인 헬기 운항이 잠정 중단됐다가 오후 3시 30분께 재개됐다.추락 헬기는 강원도 인제군 소속의 담수 용량 1천200ℓ의 S-76 기종으로, 헬기를 몰던 기장 A(73)씨는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게다가 사고 현장에서 100여m 떨어진 곳에는 민가도 있어 하마터면 추가 인명·재산 피해도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전날 오후 6시 기준 진화율이 68%에 머물렀던 의성 산불 진화작업은 기상 악조건과 돌발 사고 등이 겹치면서 계속해서 더디게 진행되는 까닭에 1만5185ha로 추정됐던 산불영향 구역이 어느 정도까지 늘었는지는 가늠조차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산불이 '동진'하는 경로를 따라 사망자와 부상자, 실종자 등 인명피해도 가파르게 늘고 있다. 전날 오후부터 현재까지 영양군, 청송군, 영덕군, 안동시 등 4곳에서 발견된 사망자는 모두 20명이다. 사망자들은 화마가 휩쓸고 간 야산 주변 도로와 주택 마당 등에서 발견됐으며 이 가운데는 일가족도 포함됐다. 영덕군 사망자 일부는 실버타운 입소자로 대피 도중 산불확산으로 타고 있던 차량이 폭발하면서 변을 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당국은 다수 사망자가 걷잡을 수 없이 번지는 산불에서 뿜어져 나오는 연기를 미처 피하지 못해 질식하는 등 피해를 본 것으로 보고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 중이다. 더 큰 문제는 산불 피해가 난 지자체들이 주민 대다수가 신속한 대처가 불가능한 고령자임을 간과하고 사전 대처에 소홀했던 탓에 산불 피해 사상자는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는 데 있다.
지자체들이 산불이 옮겨붙기 직전 체계 없는 혼란스러운 재난·대피 문자를 발송한 까닭에 지역마다 '대피행렬'이 이어지는 등 혼란상도 연출됐다.산불이 번진 의성과 안동, 청송, 영양, 영덕 등 5개 시·군에는 주민 2만3491명이 실내체육관 등으로 대피한 상황이다. 또 각종 시설 257곳에서 산불 피해가 난 것으로 잠정 파악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