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권 일대를 휩쓴 대형 산불로 수백 년 역사를 간직한 국가유산(문화재) 곳곳이 불에 타고 상처를 입었다.   30일 국가유산청에 따르면 전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한 산불로 피해를 본 국가유산은 지난 28일 오후 5시 기준으로 총 30건이다. 각 지방자치단체에서 상황을 파악해 공식 보고된 사례만 집계한 수치다.유네스코 세계유산인 안동 하회마을과 병산서원은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에 초비상이 걸렸고, '천년 고찰' 의성 고운사의 보물은 화마에 무너져 내렸다.목조 문화유산이 많은 우리나라에서는 화재에 특히 취약한 만큼, 소중한 문화유산을 잃지 않도록 국가유산 방재 대응 체계를 다시금 점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해동 화엄종의 시조인 의상대사(625∼702)가 만든 사찰로 알려진 의성 고운사는 이번 산불로 보물 연수전과 가운루 두 건물이 전소됐다.1980년대 후반 임하댐 건설로 '이사'하는 아픔을 겪었던 안동의 옛 서당과 고택도 화마를 이기지 못했고, 영양 답곡리 마을을 지켜주던 만지송도 검게 그을렸다. 역대급 산불에 국가유산청은 국가유산 재난 국가위기 경보 수준을 가장 높은 '심각' 단계로 발령하고 총력 대응에 나섰으나, 피해를 막지는 못했다.국가유산청은 봉정사, 고운사, 부석사 등 주요 사찰이나 종가가 소유한 유물 24건(1천581점)을 옮겼는데 이송 위치나 상태가 일부 뒤늦게 확인되기도 했다.이번 사태를 계기로 국가유산 방재 체계를 돌아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건물이나 석탑을 보호하기 위해 설치하는 방염포 또한 중요한 부분이다.한때 소실됐다고 알려진 안동 만휴정이 무사하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방염포가 관심을 끈 바 있다. 방염포는 불꽃이 닿아도 일정한 넓이 이상으로 불이 번지지 않도록 처리한 천을 일컫는다.국가유산청은 "(난연 성능에 따라) 급수가 있으나 화재가 1천도 이상인 경우 10분 정도 버틸 수 있고, 500∼700도는 무제한으로 버틸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명확한 기준이나 지침이 없다고 관계자들은 전했다.국가유산청은 이런 점을 고려해 건물 처마 끝단에 지지대를 설치하고 이를 토대로 방염포를 효과적으로 두르는 방법과 기준 등을 연구하고 있다.대형 산불이 발생할 가능성에 대비해 사찰과 주변 산림 사이에 이격(離隔·사이를 벌려 놓음) 거리를 두거나 물을 뿌릴 수 있는 산불소화시설을 설치하는 방안 등도 고민이 필요한 지점이다. 국가유산 안전 방재의 중요성이 커지는 것과 비교하면 현재 예산과 인력은 턱없이 부족하다.   국가유산방재학회장인 백민호 강원대 교수는 "과거 방식으로는 지금의 재난에 대처하기 어렵다"며 "(국가유산) 방재 근간을 엎는다는 생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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