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성 산불이 경북 북동부 지역을 초토화시키며 역대 최악의 피해를 낸 것을 계기로 산불 대응 시스템을 대전환해야 한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효율적인 진화를 위해 나무들을 솎아내고 야간 진화에 도움을 줄 임도 확대, 산불 진화에 초점을 맞춘 '인공 강우' 연구도 서둘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지난 22일 경북 의성에서 발생한 산불은 경북 동북부지역을 초토화시킨 뒤 149시간만에 주불이 꺼지면서 막을 내렸다. 사망자 26명을 비롯해 주택 3285채와 농업시설 1142곳 등 모두 4801곳이 불에 타고 미귀가 이재민이 7000명에 육박하는 등 막대한 피해가 났다. 산불영향 면적만 4만5000여㏊로 추산되면서 역대 최악의 산불로 기록될 전망이다. 이번 불로 축구장 6만3245개, 여의도 156개 면적의 국토가 잿더미로 변했다.   산림 및 소방당국은 의성 산불이 경북 북부 전체로 확산한 이후 매일 인력 5000여명, 헬기 80여대 등 막대한 자원을 현장에 투입했다. 진화 대원과 헬기 조종사들은 목숨을 걸고 불길과 싸웠다. 그러나 발화 지점이 산재하고 강풍이 불어 산불 발생 후 닷새간은 인위적인 진화 작업의 역부족을 실감해야 했다. 헬기가 주불 진화에 핵심이지만 화재 현장이 메케한 연기로 뒤덮여 현장 접근조차 제대로 하기 어려운 상황이 이어졌다.그러던 중 지난 27일과 28일에 걸쳐 산불 지역에 비가 내렸다. 강수량은 1㎜ 안팎에 불과해 진화에 도움을 줄지 의구심을 낳았지만 생각보다 큰 역할을 했다는 평가다. 어떤 지역은 비가 불길을 잡는 데 직접적인 도움이 되기도 했고 가랑비가 내린 곳이라 해도 습도가 낮아져 불길 확산이 더뎌지는 효과를 얻었다.여기에 바람마저 잦아들자 낮시간에 헬기를 집중 투입해 진화 작업을 벌인 결과 28일 오후 5시께 마침내 주불 진화 선언이 나왔다.결국 진화대원들의 피땀 어린 노력이 있었던 건 분명하지만 결정적인 요인은 비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는 지난 2000년 4월 동해안 산불과 2022년 3월 울진·삼척 산불 때도 입증됐다. 이번 경북 북동부 산불을 계기로 비에 의존해 산불을 진화하는 데에서 나아가 산불 대응 시 더 나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먼저 지난 50년 간 산림녹화사업이 성공적으로 안착했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노화되고 층층이 쌓인 낙엽이 산불 확산의 주범이 돼버려 나무 솎아내기와 속도를 높이기 위한 임도 확대가 절실해졌다.  2020년대 들어 우리나라의 ㏊당 임도 길이는 약 4m로 독일이나 오스트리아의 10분의 1, 일본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산림청은 오는 2027년까지 산불 진화를 위한 임도를 3207㎞까지 확충한다는 계획인데 차질없이 진행하고 속도를 앞당길 방안도 필요하다. 또 인공 강우를 활용하는 대책도 시급해졌다. 우리나라는 2018년 첫 인공증설 실험 이후 2020년 가뭄과 산불 예방 등을 위한 실험이 시작되면서 인공강우 기술 개발 기본계획이 마련됐다. 기상청은 오는 2028년까지 항공기 여러 대를 동원해 구름씨를 연속해서 뿌리면서 강수량을 늘리는 실험을 진행할 예정이다.특히 인공강우 실험의 초점을 '산불 예방'에 두고 있어 결과가 주목된다. 비를 내리게 해 산이나 평지를 촉촉하게 유지하면 산불 발생이 줄어드는 상황을 인위적으로 조성하겠다는 구상이다.  산림당국 관계자는 "인공강우가 현실화하면 날로 대형화, 장기화하는 산불 발생을 획기적으로 줄일 게임체인저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고 말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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