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는 신라고고학을 전공한 제게 매우 적합한 곳이어서 박물관 연구직으로서 경주박물관장은 굉장히 명예로운 자리입니다. 관장직을 훌륭하게 수행해내길 바라며 중책을 맡겨 주셔서 어깨가 무겁지만 매우 기쁘기도 합니다"   국립경주박물관(이하 경주박물관)이 올해 새로운 수장을 맞이했다. 지난 2월 17일 부임한 윤상덕(52) 신임 국립경주박물관장이 그 주인공으로, 취임한 지 한달 여 지났다.   윤 관장은 서울대학교 고고미술사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원에서 신라 토기와 무덤을 전공한 고고학 전문가로 2002년 국립중앙박물관 학예연구사를 시작으로 국립경주박물관, 국립중앙박물관 연구기획부 학예연구관, 전시과장, 고고역사부장 등 주요 요직을 두루 거친 이론과 현장 중심의 박물관 전문가로서 능력과 성과를 인정받아 왔다.   신라 토기와 무덤을 전공한 윤 관장은 다양한 경험과 관록을 바탕으로 ‘준비된 경주박물관장’이라는 평판이 그러했듯, 고고학자다운 이지적인 면모에서 경주박물관장의 최고 적임자로 보였다.   지난달 28일, 박물관에서 만난 윤 관장은 최근 경북 산불로 인한 문화유산들의 피해에 대한 안타까움부터 먼저 전했다. 윤 관장은 ‘2025경주APEC정상회의’ 만찬장 개최지로 선정된 박물관의 준비 상황과 그에 걸맞은 특별전시 등의 획기적인 구상을 밝히면서 박물관의 위상을 제고하기 위한 청사진을 그리고 있었다.   올해 ‘APEC 만찬장 선정’이라는 중책과의 인연과 함께 세계인에 보여줄 '6개의 신라 금관'을 한데 모아 펼치는 최초의 전시 구상 등도 함께 밝힌 것이다. 박물관의 내외부 물리적 재편도 구상하고 있는 윤 관장에게선 추진력있는 계획을 통한 경주박물관의 재도약이 점쳐졌다.   ▲경주박물관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경주’의 이미지는? 경주와의 인연에 대해서도 말씀해달라.   태어난 곳도 서울이고 신라고고학 공부를 시작할 때도 서울에만 있었으니, 사실은 책상에서만 신라고고학을 연구한 것에 다름없습니다. 2007년 경주박물관에 발령받았을 당시 직접 유적·유물 발굴과 전시를 진행하면서 신라고고학 공부가 진일보하는 계기가 됐죠. 이론에 한정된 ‘껍데기’ 연구에 그칠 수 있었는데 젊었을 때 경주에서의 5년 근무는 굉장히 큰 자산이었습니다.   그때 가족이 함께 내려와 살았는데, 주말마다 가까이는 분황사, 황룡사, 남산 등을 다녔던 행복한 기억이 있는 경주에서의 5년이었습니다. 특히 요즘 같은 경주의 봄은 어머니 품속 같은 이미지가 제겐 강하게 와닿습니다.   ▲국립경주박물관과 국립중앙박물관의 주요 부서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수행해왔고 이론과 현장을 넘나드는 ‘젊은’ 박물관 전문가로 알려져 있다. 국립경주박물관에 부임해 중책을 맡았는데 소회를 전해달라.   제가 가장 중요하다고 여기는 것은 전시든 사업이든, 관람객의 입장에서 진행되는 것입니다. 깊이는 있되, 이해하기 쉽도록 초점을 맞춘다면 박물관이 지적 호기심을 충족시키는 것은 물론, 박물관의 내외부 아름다운 환경도 즐길 수 있도록 함께 만들어나가자는 주문을 직원들에게 제시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경주와 경상북도는 물론, 국민들에게 사랑받는 박물관을 지향하며 그와 관련한 일을 확장해서 펼치고 싶습니다.   ▲오는 10월 ‘APEC 정상회의’ 만찬장으로 경주박물관이 지정됐다. 세계인의 이목이 쏠릴 이번 만찬장의 설계와 건축 상황은?APEC 만찬장 추진은 경주박물관 앞 중앙 정원으로 정해, APEC추진준비단과 함께 준비하고 있습니다. 만찬 예정이 10월이라 시일이 촉박해 바로 시굴 조사에 착수했으며 곧 발굴 조사가 이어질 예정입니다. 발굴 기관에서 판단할 부분이지만 현재 전체 면적을 시굴한 결과, 상당 부분이 발굴할 필요가 없는 공간으로 보여지고 있어 전체적인 공사 일정에는 크게 부담이 되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발굴 조사까지 완료하고 만찬장 건립에 차질이 없도록 지원할 것입니다.만찬장 설계는 준비단에서 공모를 통해 선정해 한국 전통미를 살리는 가운데 경관을 즐길수 있는 디자인으로 설계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저희도 기간 내에 건물이 잘 들어설 수 있도록 최대한 추진단 일을 지원하고 협력할 예정입니다.또 포스트 APEC에도 5개월 정도는 이 자리에서 여운을 느낄 수 있도록 공연 등을 통해 만찬장을 공개할 계획입니다. 그 이후는 APEC 추진단과 협의해 만찬장 건물의 활용여부가 결정될 것입니다.   ▲경주에서의 재임 동안 개인적인 포부와 함께 올해 2025년 주요(역점) 사업계획과 추진 쟁점은?   월지관을 완전히 리노베이션해 9월, 새롭게 개관합니다. ‘월지 프로젝트’를 통해 월지에서 발굴된 유물을 다시 조사하는 일도 병행하고 있는데 그 연구 성과를 반영할 예정이지요.    또 하나는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진행하고 있는 ‘고려상형청자전’에 이은 전시를 경주박물관에서도 선보일 예정입니다. 경주에 한 번도 내려온 적 없는 청자 전시(지정문화재 10여 점을 포함해 90여 점)를 5월 초에 특별기획전으로 선보이기 위해 준비하고 있습니다.   또 APEC이 박물관을 널리 알릴 수 있는 중요한 계기가 되겠다는 판단 아래, 최초로 ‘신라 금관 6점’ 모두를 모아 신라역사관에서 전시할 예정입니다. 처음으로 신라 금관 6점을 한 곳에서 선보이는 것으로 1921년 금관총에서 발견된 이후, 1974년까지 계속 발굴이 이어지면서 천마총, 황남대총에서 발굴된 금관이 국립중앙박물관에 나눠 전시된 것을 한곳에 모아 APEC 만찬장 현장에서 감상할 수 있도록 기획할 예정입니다.   APEC 21개국 정상들의 일정 중, 이 전시를 관람하고 만찬장으로 이동하도록 동선을 짤 예정이며 영상이나 사진 등이 외신으로 타전돼 APEC 만찬장으로서의 단순한 역할에 그치지 않고 ‘황금의 나라 신라’의 문화적 우수성이 금관을 통해 세계에 알려질 수 있도록 기획하고 있습니다.   ▲경주박물관의 변화와 시도를 통해 보다 적극적인 박물관으로의 변신, 물리적인 공간에 대한 재편성 계획은?   2020년 신라역사관과 2022년 신라미술관의 리노베이션을 통해 영상, 패널 설명문, 장애인 접근성을 위한 점자 설치 등 전시장의 혁신적 대변신이 있었습니다. 이는 중앙박물관 보다 훨씬 과감하게 진행하고 내실을 다지는 모습이어서 많은 자극을 받았던 부분이었죠.   향후 물리적 개편이라면, 박물관수장고 앞 확보된 부지에 ‘조각 정원 조성’을 구상중입니다. 야외 전시장 조각품들을 재편해 신라 숲 또는 신라 정원을 조성하고 ‘작지만 한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힐링 정원’ 조성을 향후 5개년으로 추진할 생각입니다.   ▲경주박물관은 고대 유물 중심의 전시관이지만 특별전 등으로 ‘경주의 조선시대’ 유물 등도 선보일 필요가 있다는 의견들이 대두하고 있다. 관련한 의견은?   경주박물관은 신라 문화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는 박물관이라서 그런 부분은 아쉬움이 있는 부분입니다. 하지만 신라 이후의 경주에 대해서도 계속 관심을 가지고는 있습니다. 2013년 ‘조선시대 경주’에 이어 2016년 ‘고려시대 경주’ 전을 진행했던 것에 이어 올해 3월까지 진행했던 ‘소소하고 소중한’ 특별전을 통해 조선시대의 몇몇 유물이 공개됐습니다. 향후에도 그런 기회를 마련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고려하겠습니다.   ▲경주박물관의 지역에서의 역할도 상당히 중요할 것으로 본다.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저희는 신라 문화를 선양하는 일이 가장 큰 역할이고 그것은 결국 경주 시민이나 경주 지역사회에서 저희가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세계인들이 경주박물관을 사랑하고 신라 문화를 보기 위해 경주를 꼭 방문하도록 적극적으로 유도하겠습니다. 그 부분에 초점을 맞춰 직원들과 함께 열심히 일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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