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소셜 미디어에서 가장 뜨거운 것은 ‘지브리(Ghibli)’다. 오픈 AI의 이미지 생성 인공지능 모델 ‘챗GPT-4o(omni) 이미지 제너레이션’ 때문이다. 너도나도 이 프로그램을 실행하다 보니 결과를 얻기에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그래서 오픈 AI의 CEO 샘 올트먼이 “오픈 AI의 GPU가 녹아내리고 있다”라며 챗GPT 이미지 제너레이션의 인기를 처음으로 알리며 GPU를 언급했다. 자신의 엑스(X·옛 트위터) 계정에서는 “10만 개의 GPU를 확보할 수 있다면 최대한 빨리 연락”해라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많은 양의 GPU를 확보한다면) 우리는 최대한 빨리 작업해 챗GPT 이미지 제너레이션이 보다 빨리 잘 작동하도록 하겠다”라고 덧붙였다. 챗GPT 이미지 제너레이션을 이용하려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속도가 느려지고 있다는 불만을 우회적으로 잠재우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이를 획기적으로 단축하는 방법은 따로 있다.    현재 연구 단계인 양자 컴퓨터(quantum computer)를 실용화하면 이런 시간 지연을 대폭 감소시킬 수 있다. 양자 컴퓨터는 우리가 지금 사용하고 있는 컴퓨터와는 차원이 다른 컴퓨터다. 양자 컴퓨터의 작동 원리는 양자역학이다. 양자의 ‘얽힘’ 현상을 이용하기 때문이다. 그동안 ‘얽힘’은 “실타래가 얽혀서 이를 풀기에 애먹었다” “여러 가지 생각이 얽혀서 밤새 고민하였다” “부정 사건에 얽혀서 많은 고생을 했다”처럼 대부분 부정적으로 쓰였다.    하지만 이어령의 '흙 속에 저 바람 속에'에서 “늙은이들은 노송의 휘굽은 가지에 얽힌 달을 바라보다가 거문고를 뜯었고 술잔을 기울였다.”와 같이 일부 긍정적으로 쓰이기도 한다. 얽힘은 영어로 ‘entanglement’인데, 찰스 디킨스의 '위대한 유산, Great Expectations'에서 “~다른 한편으로는 풀 수 없는 수수께끼에 얽혀 있다는 느낌을 받고 있었다”처럼 영미권에서도 부정적으로 쓰곤 한다. 하지만 현재의 시대에 ‘얽힘’은 우리의 문명을 한 단계 높여 줄 것이 분명하다. 그런데 ‘양자 얽힘(quantum entanglement)’이란 현상을 일반인들이 이해하기란 쉽지 않다. 아인슈타인마저 “신은 주사위를 던지지 않는다.”라는 말로 양자역학을 이해하지 못하고 부정한 것을 보면 더욱 그렇다. 아인슈타인 이후 최고의 천재라는 리처드 파인만조차도 “양자역학을 이해했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면, 이는 새빨간 거짓말이다.”라고 말했을 정도로 양자역학의 난해함을 표현했다.    사실 얽힘 현상이 왜 벌어지는지 아직 모른다. 그저 이런 현상이 실제로 벌어진다는 것만 확인했을 뿐이다. 세상에는 우리가 알지 못해도 벌어지는 일들이 많다. 물론 훗날 언젠가는 얽힘이 왜 일어나는지 밝혀낼 것이다. 호모 사피엔스는 매번 그랬으니까.그동안 물질문명의 발달과 함께 과거의 것들은 현재와 공존하지 못하고, 다시 말해 얽히지 못하고 사라져 버렸다. 하지만 서울 익선동 거리와 경주의 황리단길과 교촌마을을 보면 과거와 현재가 잘 얽혀 있다. 이곳을 가보면 예로부터 내려온 건축물과 향토 음식 등이 현재의 우리 호모 사피엔스와 얽혀 있다. 또한    경주는 관광지이면서 우리나라 최고이면서 최대의 에너지 관련 시설을 운영하는 한수원이 자리 잡고 있다. 에너지를 만들어 관광지를 더욱 밝힘으로써 관광객이 더 잘 찾아올 수 있도록 한다. 원자력발전소와 같은 한수원이 운영하는 시설의 보안을 책임지는 시큐텍(주) 또한 올해 경주에서 개최되는 ‘2025 APEC 정상회의’에서 해야 할 일을 잘할 것이다.    이 또한 얽힘이다. 잘 얽혀서 많은 사람이, 자주 경주를 찾을 수 있도록 해야 함은 분명하다. 다만 마찬가지로 현재로서는 이 얽힘 현상이 구체적으로 왜 일어나는지 아직 모른다. 이 또한 밝혀질 것이다. 호모 사피엔스는 매번 그랬으니까.‘고르디우스의 매듭’이나 ‘콜럼버스의 달걀’ 사례처럼 문제가 얽혔을 때, 이를 푸는 방법은 의외로 단순하다. 하지만 현실 세계는 위와 같은 고전적 물리 세계가 아니라 양자역학적 세계다.    고전적 물리 세계에서는 결과가 단순하게 정리되었지만, 우리가 살고 있는 양자역학의 현실 세계는 ‘슈뢰딩거의 고양이’처럼 “살았는지, 죽었는지” 명백하게 구분할 수 없다는 것이 특징이다. 하지만 마찬가지로 호모 사피엔스는 이번에도 ‘왜?’에 대한 이유를 찾을 것이다.잔디를 깎다 보면 깎인 잔디에서 나오는 특유의 냄새를 맡을 수 있다. 그 잔디는 생명의 위협을 느끼고 죽어가면서 주위에 있는 친구 잔디에 피톤치드(phytoncide)를 방출하며 적이 침입했음을 알려 준다. 이렇듯 식물이건, 동물이건 입자로 구성된 우주의 모든 물질은 서로 얽혀 있다.    따라서 우리의 삶이 주위와 더불어 얽혀 있지 않다면 그것은 바로 우주의 질서를 거역하는 것이다. 루이자 길더가 쓴 '얽힘의 시대'는 그녀의 처녀작이다. 이 놀라운 책에서 저자는 인간적인 면모, 파트너십, 그리고 열정으로 어려운 물리학의 많은 이야기들을 새로운 방식으로 생명력을 불어넣는다. 얽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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