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학년도 의대 신입생 모집인원이 증원 이전인 3058명으로 17일 확정되면서 그간 팽팽하던 의정 간 긴장 상태가 다소 풀리면서 대화의 장이 마련될 가능성이 커졌다.정부가 3058명 확정의 전제 조건으로 내세운 의대생들의 실질적 수업 참여는 이뤄지지 않았지만, 한 발짝 물러나 의료계의 주장을 사실상 수용함으로써 '해빙 무드'로 이어질 여지가 생긴 것이다. 이에 따라 법정 의사 단체인 대한의사협회(의협)가 정부에 제안한 '논의의 장'이 구체화할 기반이 마련된 것으로 평가된다. 다만 아직 넘어야 할 고비는 남았다. 병원을 떠난 전공의들이 돌아오느냐에 따라 의료 정상화 여부가 갈릴 전망이다.의정 갈등은 지난 4일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을 계기로 판이 크게 요동쳤다. 의협은 지난해 2월 정부의 의대생 2000명 증원 발표 이후 정부의 협의 요청에 일절 나서지 않았다. 그러다 의협은 "대통령 탄핵 선고 이후 우리나라는 정상화의 길을 찾아가고 있다"며 정부에 의료 정상화를 명분으로 논의의 장을 마련해달라고 공식 요청했다.이날 교육부가 2026학년도 의대 모집인원을 3058명으로 확정해 시곗바늘을 작년 2월 이전으로 되돌리면서 의정 간 협의 테이블이 차려질 가능성은 더욱 커졌다. '3058명'은 의료계의 여러 단체가 입을 모아 강조해온 조건이었기에 이번 교육부의 결정으로 첫 단추가 끼워진 셈이다.의정 협의체가 다시 구성된다면 의사 단체는 정부 의료 개혁의 방향성 재설정을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김성근 의협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3058명 확정은) 만시지탄이나 이제라도 정상으로 돌아가는 한 걸음을 내디딘 것으로 평가한다"며 "(정부는) 의료 개혁 과제의 추진을 멈추고 정리한 후 의료계와 지속 가능한 개혁을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환자단체를 포함한 시민사회단체의 반응은 냉담하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성명에서 "정부는 의사를 이길 수 없다는 의료계의 주장이 사실임이 확인됐다"며 분통을 터뜨렸다.후배인 의대생들의 복귀 문제는 어느 정도 일단락됐지만, 이미 의사 면허를 갖춘 전공의들의 거취는 여전히 '안갯속'이다. 정부의 의대 증원 정책 발표 직후 수련병원을 떠난 전공의들은 이미 상당수가 다른 병·의원에서 근무 중이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사직 레지던트 9272명 가운데 지난 2월 말 기준으로 5467명(59.0%)이 의료기관에 재취업해 근무 중이었다.전공의들이 돌아올 공식 루트도 현재 막혀 있다. 전공의 모집은 '학기제' 개념으로 통상 상·하반기에 두 차례 이뤄지는데, 하반기 모집의 경우 상반기에 채우지 못한 인원을 뽑는 식이다. 복지부는 하반기 모집 전에 추가로 모집할 계획이 없는 상태다.전공의 단체가 의대 증원 백지화를 포함한 7대 요구안을 고수하며 표면적으로는 여전히 '단일대오'를 유지하고 있는 점도 문제다. 의협 부회장을 겸하는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비상대책위원장은 단일대오를 무너뜨린 의대생들의 복귀를 두고 '팔 하나 내놓을 각오도 없다'는 식으로 강하게 질타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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