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으로부터 2,000여 년 전 고대 로마의 시인인 오비디우스는 「변신 이야기」 중에서 젊은 남녀의 사랑 이야기를 묘사한다. 「변신 이야기」에 나오는 사랑 이야기 <피라모스와 티스베(Pyramus and Thisbe)>는 바빌로니아의 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이로부터 1,500여 년의 시간이 지나 영국의 셰익스피어는 <로미오와 줄리엣>을 등장시켜 비운의 사랑 이야기를 작품으로 남긴다. 
 
그런데 이 둘의 작품을 비교하면, 세부적인 이야기를 빼고 줄거리가 거의 비슷하다. 이렇듯 로미오와 줄리엣의 사랑 이야기가 온전히 셰익스피어의 작품이라고 하기에는 논란의 여지가 많다. 
 
나는 이를 ‘재창조’라고 말하고 싶다. 세상의 거의 모든 창의적인 작품도 알고 보면 어느 누군가의 작품에서 비롯되었고, 인간을 비롯한 지구상의 모든 생물도 결국은 35억 년 전 ‘모든 생명체의 공통 조상’(LUCA, Last Universal Common Ancestor)에서 비롯된 것임을 보아도 말이다. 성장이란 변하는 환경에 맞춰서 균형을 유지하는 것‘붉은 여왕 효과’처럼 열심히 달려야 균형을 유지한다마찬가지로 우리가 일하고 있는 조직 또한 과거의 조직에서 비롯되어 점점 성장하였거나 진화한 형태로 된 것이다. 그런데 성장이나 진화를 우리는 보통 좋아지는 방향으로 변하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역성장이란 단어에도 볼 수 있듯이 나쁜 방향으로 변하는 것도 또한 있다. 그러므로 조직에서 성장이나 혹은 진화의 개념을 변하는 환경에 맞춰서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라 말할 수 있다. 
 
따라서 조직은 변하는 환경에 맞춰서 함께 달려가야 하고, 그렇게 함으로써 적절한 균형을 이루면서 성장을 할 수 있다. 루이스 캐럴의 「거울 나라의 앨리스」에서 묘사한 ‘붉은 여왕 효과(Red Queen Effect)’에도 나오는 “변하는 환경과 동일한 속도로 열심히 달려야 균형을 유지할 수 있다”라는 것에서 알 수 있듯이.역사 속에서 위대한 많은 조직이 나타났다가 사라졌다. 국가 차원으로 보면, 고대 그리스, 로마 및 페르시아가 있었고, 많은 고대 중국의 나라들, 칭기즈 칸의 몽골제국 등이 있었다. 영원할 것 같았던 이들 국가 중 어떤 국가는 아주 빠르게 사라지기도 했고, 또 어떤 국가는 1,000년이라는 긴 기간을 유지하기도 했다. 
 
기업 차원으로 범위를 조금 더 좁혀 바라보면, 아무리 위대한 조직이라도 그 조직의 존속 기간은 결코 국가 차원의 조직보다 오래가지 않았다. 조직의 기본 단위인 사람 개인으로 범위를 더 좁혀보면, 기껏해야 최대 120년을 넘지 못한다. 조직은 아니지만 우주 차원으로 본다면 우주의 나이는 138억 년이 넘고 있으며, 태양계에 속한 지구의 나이는 45억 년이다. 따라서 우주 만물의 모든 것은 ‘유한’이라는 시간의 한계성이 있다는 것과 규모가 더 큰 조직(또는 형태)이 더 오래 존속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인류의 역사는 조직의 규모를 크게 하려고 노력해 온 과정이기도 하다. 이는 인류의 머리와 가슴에 내재한 ‘호기심’에 따른 것이다. 아프리카에서 이주를 시작한 호모 사피엔스는 알지 못하는 땅들을 개척하여 지구의 거의 모든 곳에서 살고 있고, 지구라는 행성에서 한계를 느껴 다른 행성으로의 이주를 꿈꾸고 있기도 하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우리 주변의 많은 조직에서 호기심을 잃어버리는, 다시 말해 더 이상 꿈을 꾸지 않는 일들을 보게 된다. 호기심을 잃어버린 이유는 여럿 있을 것이다. 잃어버린 호기심을 되찾기 위해서는 역설적으로 어떻게 해야 호기심을 갖게 되는지 아는 것에서 출발하면 된다.호기심을 갖는 방법 또한 여럿 있지만 무엇보다 제일은 ‘경험’이다. 경험은 직접 경험과 간접 경험으로 나뉘는데, 직접 경험은 말 그대로 현장을 돌아봄으로써 할 수 있다. 여행이 대표적이다. 반면 간접 경험은 학습으로 할 수 있다. 
 
학습은 다음과 같이 대략 5단계로 이뤄진다. 지구상의 많은 사람들이 온라인으로 연결된 지금, 많은 정보(information)가 넘쳐난다. 이런 정보를 잘 연결하면 지식(knowledge)이 되며, 이 지식 중 특정 상관관계가 있는 구조화된 연결이 나타나며 일부가 더 확장되는데, 이를 경험(experience)이라 한다. 이러한 경험이 더 구체화되어 연결되면 의사결정을 어떻게 할지 알려 주는 단계가 되는데, 이를 전략(strategy)이라 하며, 이것이 최종적으로 매끄럽게 연결된 상태로 되는 단계를 직관(intuition)이라 한다.성장을 강요하지 마라... 성장을 제한하는 요소를 제거하라이와 같은 과정을 거쳐 학습하게 되면 당연히 호기심이 되살아날 것인데, 피터 센게가 언급한 것처럼 ‘학습하는 조직’의 여건을 갖춰야 쉽게 이룰 수 있다. 그는 “성장을 강요하지 마라. 성장을 제한하는 요소를 제거하라”라고 말한다. 이런 기업문화가 있는 조직은 어떠한 환경에서도 성장 혹은 진화를 거듭하여 조직 구성원의 삶을 행복하게 해 줄 것이다. 한수원 자회사인 시큐텍(주)도 이런 기업문화로 넘쳐나는 조직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