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행사장에 가면 언제나 빠짐없이 긴 다리에 날씬한 몸매의 젊은 여성들이 정장차림으로 동원된 것을 본다. 그들의 역할이라고는 내빈이 들어오면 꽃을 가슴에 달아주고 자리로 안내하며 때로는 커피 등을 서빙하기도 한다. 그 이후에는 마치 마네킹이라도 된 듯 행사장 주변에 꼼짝하지 않고 서 있다. 행사 중에 무대로 내빈이 무대 위로 올라 갈 때면 마치 앞을 볼 수 없는 사람, 노약자 또는 어린아이같이 무대로 올라가는 계단까지 친절하게 안내하며 의례적인 인사를 한다. 무대 위로 올라가는 대부분 인사들은 신체 건강한 지자체단체장, 또는 기관 단체의 대표들이며 남성이다. 그런 사람들에게 왜 도우미들이 나서서 안내를 해야 하는지 매번 볼 때마다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빤히 앞에 보이는 작은 무대일 뿐인데 젊은 아가씨들이 동원되는 것이 내빈을 정중하게 예우하는 것인가? 요즘 젊은 청년실업해소를 위한 새로운 직종인지는 몰라도 이런 도우미 역할을 하는 젊은 여성들이 과연 얼마만큼 직업의식과 맡은 일에 대한 긍지를 갖을지 의문이다. 도우미라는 직종에서는 무엇으로 그들을 평가하며 승진의 길은 있는 것인지? 진정으로 무대 위로 올라가다 어떤 사고가 염려되어 도우미가 필요하다면 여성보다는 건장한 청년이 더 바람직하지 않을까? 주위에서 성희롱, 성추행이라는 말을 자주 듣는다. 은연중에 우리 스스로 지금 성희롱을 부추기는 것은 아닌지... 며칠 전 주한 멕시코대사가 경주엑스포를 찾아왔다. 대사는 뜻밖에도 여성이었다. 남편과 함께 찾아온 그녀는 ‘My first advisor`하며 남편을 소개했고 따라 온 남편은 부인이 무대 위에서 인사말을 하는 동안 그 모습을 열심히 사진에 담았다. 그리고 행사 중에 기념품 교환 때에는 포장된 선물을 서슴없이 무대 위에 있는 그녀에게 갖다 주었다. 아직까지 남자 일과 여자 일이 뚜렷이 구분되어있는 우리사회의 현실에서 그들의 그런 모습은 신선한 충격이 아닐 수 없었다. 많은 남성들은 여성상위시대라며 요즘 여성들이 너무 나선다고 하지만 아직 우리사회는 남녀가 철저하게 구분되는 것이 현실이다. 여성이 우월하기를 바라는 것은 결코 아니다. 다만 남성여성구분 없이 보다 현실적이며 합리적인 사회를 바랄 뿐이다. 행사장에서의 도우미는 인형 같은 젊은 여성들이 아닌 남녀가 함께 편안한 복장으로 그야말로 행사장에서 보조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진정한 남녀 평등한 사회구현이 아닐까. 구미1대학 교수 최윤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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