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양식 경주시장이 지난 6일 1년여간 질질 끌어오던 한수원본사의 도심권 이전문제를 결국 매듭지었다. 당초 양북면 장항리에에서 시내 배동지구의 녹색기업복합단지 60만㎡ 내에 15만㎡를 확보해 이전한다는 것이 골자다. 이날 회견은 최시장이 당초 밝혔던 한수원본사의 도심권 이전 계획에 덧붙여 지역발전을 위한 새로운 사업추진 계획과 이를 위한 재원 확보 방안 등에 대한 이해와 소통을 위해 마련한 것이다. 하지만 보도진들에게는 불과 2시간 전 쯤에야 이같은 사실을 통보했다. 한수원본사의 도심권 이전에 대한 세부 추진 계획은 본청 핵심 고위 공직자 일부는 물론, 동경주 지역 주민들에게 극비로 한 채 최 시장을 포함한 극소수만 참여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특히, 입맛에 맞는 시민단체 대표들만 배석시켜 밀실에서 전격 시행해 그들만의 리그를 진행했다는 비판에 내몰리고 있는 것이다. 급기야 한수원본사 사수 비상대책위 등 양북면 주민들이 다음날인 7일에 이어 11일에는 오전 10시 30분부터 오후 3시 30분까지 경주시청 앞 남쪽 도로와 주차장에서 대규모 반대집회를 하는 빌미를 제공했다. 이날 주민들은 집회 도중 도심이전을 추진하는 최양식 시장 등에 대한 허수아비 화형식을 가졌고, 일부는 시청 건물을 향해 계란을 던지는 등 강력히 항의하는 시위로 이어진 것이다. 이날 주민 대표들은 우병윤 부시장에게 한수원 본사 도심이전 백지화를 요구하는 주민 요구서를 전달하고 시내 곳곳에 내걸린 도심이전 환영 현수막을 철거하겠다는 약속을 받은 뒤에야 자진 해산했다. 친위부대도 문제다. 너무 치졸하고 얄팍하기 때문이다. 동경주 주민들의 아픈 마음은 뒷전으로 내팽개치고 나팔을 불어댄 것이다. 경주역 앞과 서라벌회관 네거리, 중앙시장 네거리 등지에 수백장에 달하는 환영 현수막을 내걸고 승리를 자축한 꼴불견을 연출했기 때문이다. 좀 더 느긋하게 승자로서의 품위를 지키지 못한 것이다. 최양식 시장이 내린 이번 결단이 경주의 백년대계를 위한 것이라는 데는 이설이 있을 수 없다. 그러나 최시장이 이들의 아픔을 어루만져 주고 마음을 비워야 한다. 진정성 있게 설득하고 고백해야 한다. 화백정신을 시정의 핵심으로 여기는 최 시장이 비록 소수지만 그들의 위로받지 못한 슬픔을 보듬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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