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가 민감한 시대에 살고 있다. 오늘·내일은 몰라도 며칠만 지나면 세상일이 숨겨지는 것이 없다. 그래서 지금까지도 ‘세상에 비밀이 존재하는 것일까’하고 서로에게 물어본다. 물론 둘만이 아닌 혼자만 아는 비밀도 어디 있느냐하고 오히려 반문하는 세상이다. 묻어두었던 비밀이 폭로되어 인간의 비극이 시작되는 일이 얼마나 많은가. 친하고 가까울 때 미주알, 고주알, 상대방의 속셈까지 들춰내는 각박하고 비겁한 사회에 우리 인간은 그곳에 몸을 담고 산다. ‘너만 알고 있으라’는 비밀이 내일이면 모두가 다 아는 소문으로 크게 번지고 있는 실정이다. 우리나라 구전 속담 가운데 ‘낮말은 새가 듣고, 밤말은 쥐가 듣는다’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은 ‘쥐도 새도 모르게’하고는 정반대의 말이기도 하다. 비밀로 한 일도 남들이 알게 된다는 것으로 세상엔 비밀이 없다고 단정하기도 한다. 비밀이란 무엇인가. 숨기어 남에게 공개하거나 알리지 아니한 일이나 밝혀지거나 알려지지 아니한 속내를 말한다. 그러면 과연 세상에는 비밀이 존재한 것인가?에 대한 대답도 양자가 다 있을 것 같다. 로마의 수사학자 세네카는 “남에게 너의 비밀을 지키게 하려고 한다면 먼저 너 자신이 지켜라” 했으며 “여자가 지키는 유일한 비밀은 모르는 비밀”이라 했다. 유태인들의 생활규범인 탈무드에 보면 “사람의 얼굴이 다른 것과 같이 사람이 가지고 있는 비밀도 제각기 다르다”는 것이다. 독일의 시인 괴테는 좀 다른 의미의 비밀을 설명하기를 “자연의 연구가 주는 즐거움보다 더한 기쁨은 없다. 자연의 비밀은 측량할 수 없을 만큼 우리 인간은 점점 깊은 통찰을 할 수 있으며 그렇게 허락되어 있다. 그러나 결국 자연은 남김없이 다 고찰하려고 하면 할수록 다시 자연과 접근하고 다시 새로운 통찰과 새로운 발견을 얻기 위해 시도하는 영원한 매력이 있다”고 한다. 심오한 뜻을 가진 말로 “비밀은 무기이며, 벗이다. 인간은 신(神)의 비밀이며 힘은 인간의 비밀이며 성(性)은 여자의 비밀”이라 했다. 인간은 신의 예정도 비밀도 알 수 없고 사람사이에 생긴 비밀도 사람은 알기어렵다. 어떤 의미에서 한 말인지는 몰라도 “남자는 자기의 비밀보다도 자기의 비밀을 잘 지킨다”는 것이다. 세상 사람들이 흔히들 말하기를 세상에 비밀은 있다. 그러나 수많은 시간과 세월이 흐르면 언젠가는 폭로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래서 세상에 비밀이 어디에 있느냐 하면서 오히려 반문하면서 혼자나 잘 지켜라하고 대꾸해 버린다. 손경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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