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 천년 고도의 정신적 뿌리가 깊숙한 만큼 경주시민들은 참 양반이다. 8월부터 경주에서 열리기 시작한 각종 행사로 도로는 연일 차단되고 막히고 불편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을 것으로 예상되는데 경주시민들은 참고 불편을 감수했다. 경주문화엑스포가 열리는 동안 보문단지는 사실상 경부시민의 것이 아니라 관람객들의 것이었지만 경주시민들은 불편했어도 찾아오는 손님들을 반겼다. 단지 혜택을 입었다면 경주시민들은 단체관람객으로 약간의 입장료를 할인 받았다. 그러나 경주시민들이 엑스포를 구경하려면 이미 외지 관람객들에 떠밀리다시피 잠시 볼 수 있었지만 그것도 아무 불평 없이 잘 견뎠다. 이명박 대통령이 경주엑스포를 방문할 경주시민들은 방문 후에 알았을 정돈데 UNWTO 회의 개막 때는 퇴근시간 도로까지 차단하면서 경찰 호송 차량들의 요란한 경광음으로 혼을 빼 놓아도 경주시청 게시판 어디에도 불평을 하는 시민들은 없었다. 떡과 술잔치에서도 마찬가지였다. 16일 동아세계마라톤이 열리는 날에도 휴일이었지만 시내와 보문단지 일대의 도로를 장시간 차단해 놓았는데도 경주시민들은 불만보다는 더러는 태극기를 들고 나와 골목에서 박수를 치기도 하고 길 가던 시민들은 잠시 걸음을 멈추고 선수들에게 손을 흔들어 주는 성숙한 시민의식을 보여 주기도 했다. 참으로 경주시민들에게 박수를 보내도 아깝지 않을 정도다. 당연히 공공 행사니까 경주시민들은 협조할 것이고 무조건 협조해야 한다고 생각하면 큰 잘못이다. 행정이 경주시민들에게 그동안의 불편을 감수해 준 것에 대해서 고마움을 크게 표시한 적은 별로 없는 것 같다. 그런데 일반적으로 ‘말없는 사람이 화내면 더 무섭다’는 말이 있듯이 이러한 일들이 계속된다면 경주시민들이 한꺼번에 폭발해 버릴 수 도 있다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그렇게 되면 행사는 망쳐버릴 수도 있는 것이다. 이제 경주에서 당분간 시민들에게 불편을 끼치는 행사는 자제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어쩔 수 없는 행사라고 한다면 사전에 경주시민들에게 충분한 양해를 구하고 협조를 요청해야 한다. 경주시민들이 자자손손 양반처럼 점잖게 살 수 있도록 해 주는 것은 앞으로 행정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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