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방학을 맞아 청소년들에 대한 각종 프로그램이 봇물처럼 쏟아지고 있다. 극장가에선 청소년취향 영화가, 놀이공원에선 이벤트로 청소년들을 불러 모으고 있다. 그러나 정작 청소년들은 갈 곳이 없어 게임방에서 홀로 시간을 죽치고 있다. 게임과 왕따, 집단폭행으로 얼룩진 우리의 청소년들에게 호연지기를 길러주고, 자신을 뒤돌아보고 재충전하는 기회를 만들어 줄 수는 없을까. 경주박물관에서는 오늘부터 8주간 ‘경주박물관에서 즐거움이 가득’이라는 특별 프로그램을 갖는다고 한다. 청소년과 학부모들이 함께 참여, 전시품의 주제별로 강의를 듣고 체험하는 행사를 비롯 ‘신라로 떠나는 타임캡슐’이라는 이벤트, 박물관 보물찾기, 이지와 용의 해 감상, 문화재 달력 만들기, 고대문자 일기 등 다양한 행사가 펼쳐진다. 박물관을 통해 우리지역의 역사적 뿌리와 문화재를 통한 역사배우기, 자긍심함양에 큰도움이 될 것이라는 취지에서이다. 특히 천년전 신라문화는 문학과 미술, 조형, 건축, 음악과 학술 등 모든 방면에서 뛰어나 그 가치를 오늘과 견주며 새로운 시각을 갖게 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찌든 일상에서 벗어나 타임캡슐을 타고 천년전으로 날아가 그 시대를 같이 숨쉬고 눈에 보이는 작은 유물이지만 그 속에 담긴 역사적 사실과 애환을 함께 느껴 보는 것은 청소년들에게 새로운 시각을 갖게 하기에 충분하다. 그런 과정에서 게임에 몰두하며 집단 따돌림과 폭행에 시달리고 그 중심에 있었던 자신이 얼마나 초라한가를 체험하게 될 것이다. 앞으로 할 일이 얼마나 많으며 세상에 가치있는 일이 참 많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박물관을 통해 역사관을 정립하고 가치관을 바로 세워 자신의 길을 정립할 수 있다면 얼마나 보람있고 가치있는 일이겠는가. 겨울방학 동안 부족한 학습을 보충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것보다 더 가치있는 일은 호연지기를 길러주고 올바른 가치관을 정립하는데 도움을 주는 일이다. 옛 화랑이 산과 들에서 단체생활을 하며 인간관계를 돈독히 하며 심신을 단련하여 국가의 동량이 되었듯 청소년들에게 지금은 지식을 축적하는 것 보다는 올바른 가치관을 심어주고 호연지기를 길러주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다행히 경주에는 신라사를 망라한 경주박물관이 있다. 그 박물관에서 체험행사를 갖는 것은 매우 뜻깊다. 경주는 옛 신라의 수도였고 지금 우리는 경주에 살고 있다. 청소년들에게 그 역사와 시대적 가치를 알려주는 것은 참 보람있는 일이다. 청소년들에게 호연지기를 길러주는 또하나의 행사는 템플스테이다. 자연을 벗하며 명상에 잠기며 발우공양을 통해 단체생활을 배우게 된다. 좀처럼 체험하지 못했던 명상에 잠겨 자아를 발견하고 더불어 사는 사회생활에 대한 태도, 자신이 걸어온 길과 앞으로 나아갈 길을 생각해 보게 된다. 무엇보다 뜻있는 일은 자연을 느끼며 자연과 함께 하는 시간이다. 가슴이 넓어지고 사물을 이해하는 폭이 깊어지는 소중한 시간이 될 것이다. 참선을 통해 찌든 일상을 벗어버리는 것은 에너지를 재충전하는 기회가 될 것이다. 그것은 과외와 학습이 채워주지 못하는 근본적인 문제를 스스로 해결 나가는 능력을 길러주는 엄청난 에너지원이 될 수 있다. 한때 정부가 템플스테이 예산을 깎았다고 해서 불교계가 섭섭해 했던 적이 있다. 그러나 템플스테이는 청소년기의 소중한 경험이다. 가능하면 예산을 늘여 모든 청소년들이 한번씩은 체험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렇게 되면 아마도 청소년 문제의 상당수는 해결될 수 있을 것이다. 청소년 때부터 자신의 미래에 대해 생각하고 호연지기로 대인관계가 원만해 진다면 게임중독이나 왕따, 집단폭행 따위는 관심 밖으로 밀려날 수 있기 때문이다. 방학기간 동안 자녀들에게 템플스테이와 박물관체험의 기회를 만들어 주자. 그것은 백마디 훈계와 지식교육보다는 훨씬 가치있는 일이다. 청소년들에게 눈을 열어주는 기회가 될 것이다. 명상을 통해 가슴속 깊은 곳에 잇는 자신을 퍼 올리는 계기가 될 것이다. 무엇보다 그 시기에 소중한 것은 호연지기이다. 가슴이 넓어지는 것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변 린 (객원논설위원.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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