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그대로 혈전이었다. 이탈리아가 승부차기 끝에 잉글랜드를 누르고 4강 진출에 성공했다. 이탈리아는 25일(한국시간) 새벽 우크라이나의 키예프 올림픽 스타디움에서 열린 잉글랜드와 `유로 2012` 8강전에서 대회 첫 연장전을 벌이며 0-0으로 비겼다. 하지만 승부차기까지 가는 혈투 끝에 4-2로 따돌리고 4강에 진출했다. 이제까지 유로 2012 무대에서 보여준 잉글랜드와 이탈리아의 모습을 생각해봤을 때 방패와 방패의 다소 지루한 대결이 될 것이라는 예상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예상과는 다른 모습이었다. 이탈리아의 거센 공격에 맞서 잉글랜드는 효율적으로 경기를 운영해나갔다. 점유율과 슈팅수에서 밀리면서도 스티븐 제라드의 육탄 방어와 조 하트의 선방으로 이번 대회 첫 연장전까지 이끌어냈다. 잉글랜드는 이날도 4-4-1-1 포메이션을 들고 나왔다. 징계를 마치고 우크라이나전부터 팀에 가세한 웨인 루니가 든든하게 대니 웰벡의 뒤를 받쳤다. 아직 완벽하지는 않지만 생각보다 좋은 수비를 선보이고 있는 존 테리와 졸리언 레스콧이 이탈리아의 `카테나초`에 대항하는 철벽 수비를 선보였다. 이탈리아는 두 `악동 콤비` 마리오 발로텔리와 안토니오 카사노 투톱이 공격을 이끌었고 클라우디오 마르키시오와 리카르도 몬톨리보, 다니엘레 데 로시가 안드레아 피를로와 함께 중원을 지배했다. 전반 3분 데 로시의 엄청난 슈팅이 나왔다. 센터서클 조금 아래에서 그대로 걷어찬 데 로시의 슈팅이 크게 휘어져 잉글랜드의 골문을 노렸다. 조 하트 골키퍼가 몸을 날려봤지만 손끝에 닿지 않았다. 데 로시의 슈팅은 골대에 맞아 골로 연결되지는 않았지만 잉글랜드로서는 가슴이 철렁해지는 순간이었다. 위기를 넘긴 잉글랜드는 곧바로 역습에 들어갔다. 글렌 존슨이 골대 우측의 제임스 밀너에게 밀어준 공을 밀너가 다시 존슨에게 연결했다. 골문 바로 앞에서 공을 받은 존슨은 수비수가 반응할 새도 없이 그대로 오른발 슈팅을 날렸지만 동물같은 감각과 노련미로 반응한 잔루이지 부폰의 놀라운 선방에 가로막혔다. 채 1분이 지나지 않은 상황에서 두 팀의 골키퍼가 보여준 이 선방쇼는 선수들의 호승심을 자극하기 충분했다. 달아오른 두 팀은 서로의 골문을 더욱 가열차게 두드렸다. 몇 번의 공격 찬스를 교환하며 공방을 주고 받던 두 팀의 열기는 중반으로 들어서며 조금씩 가라앉아 잠시 느슨해지는 듯했다. 그러나 전반 30분 발로텔리와 웰벡의 문전 슈팅으로 분위기는 다시 한 번 달아올랐다. 초반 잉글랜드가 공세를 펼쳤지만 이탈리아는 서서히 볼 점유율을 높여가며 정교한 패스를 기반으로 잉글랜드를 몰아붙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잉글랜드도 촘촘한 수비라인을 무너뜨리지 않고 이탈리아의 공격을 막아냈다. 전반 40분 다시 한 번 이탈리아에 아쉬운 상황이 찾아왔다. 피를로가 골대 오른쪽의 카사노에게 연결해준 공을 카사노가 머리로 받아 그대로 발로텔리에게 연결해주면서 절호의 득점 찬스를 맞이한 것. 그러나 발로텔리가 골문 바로 앞에서 날린 슈팅이 크로스바를 크게 벗어나며 천금 같은 기회가 그대로 무산되고 말았다. 전반 내내 효과적으로 발로텔리를 묶어둔 잉글랜드는 슈팅수 3-12의 열세에도 불구하고 0-0의 균형을 유지한 채 전반을 마쳤다. 이탈리아는 후반에도 공세를 이어갔다. 피를로가 배급해주는 공이 잉글랜드의 문전 구석구석으로 침투했다. 하지만 잉글랜드의 골문은 쉽게 열리지 않았다. 특히 후반 7분 잉글랜드의 골문 바로 앞으로 연결된 공을 발로텔리와 몬톨리보가 세 번 연속 슈팅으로 연결, 끈질기게 잉글랜드의 골문을 두들겼으나 끝내 골이 터지지 않아 아쉬움을 남겼다. 후반 14분 발로텔리의 오버헤드킥이 크로스바를 넘기며 다시 한 번 위기를 넘긴 잉글랜드는 곧바로 웰벡과 밀너를 빼고 앤디 캐롤과 시오 월콧을 투입하며 승부수를 던졌다. 스피드와 파워를 더해 후반에 승부를 결정짓겠다는 의도였다. 잉글랜드가 루니와 캐롤을 앞세워 조금씩 공격을 개시해 나가자 이탈리아는 후반 33분 카사노를 빼고 알레산드로 디아만티를 투입한 데 이어 데 로시 대신 안토니오 노체리노를 넣어 기동력을 강화했다. 디아만티와 노체리노는 교체 후 인상적인 슈팅을 선보였지만 잉글랜드의 수비에 막혀 골로 연결되지는 못했다. 특히 후반 44분 노체리노의 슈팅을 존슨이 발로 걷어내며 위기를 넘겼다. 후반 추가시간 골문 오른쪽에서 캐롤이 띄워준 패스를 루니가 멋진 오버헤드킥으로 연결했다. 하지만 공은 크로스바를 크게 넘어갔고 0-0의 팽팽한 균형을 깨지 못한 두 팀은 90분 동안 승부를 결정짓지 못한 채 연장전에 돌입했다. 연장 전반은 잉글랜드가 발로텔리를 막는 데 중점을 두고 캐롤과 월콧을 활용하며 이탈리아의 골문을 두들겼고 후반은 이탈리아가 절박한 공세를 이어나가며 한치의 양보 없이 팽팽한 접전을 이어갔다. 잉글랜드보다 체력적인 부담이 큰 이탈리아는 밀집수비로 공격을 막아내며 발로텔리를 중심으로 골을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그러나 연장 후반 9분 노체리노의 골이 오프사이드 판정을 받는 등 연속된 골 찬스가 무산되며 아쉬움을 삼켜야 했다. 결국 두 팀은 연장전에서도 승부를 가리지 못하고 승부차기에 들어갔다. 두 팀 모두 승부차기에 유달리 약한 모습을 보여왔기에 가장 피하고 싶었던 결과를 맞게된 셈. 승부차기에서 먼저 실축한 팀은 선축에 나선 이탈리아였다. 1-1서 두 번째 키커 몬톨리보의 슈팅이 골대를 빗겨나간 것. 그러나 2-2서 잉글랜드의 세 번째 키커 애슐리 영이 크로스바를 때리며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이어 3-2서 네 번째 키커 애슐리 콜의 슈팅을 부폰이 막아내며 이탈리아가 앞서나갔고 다섯 번째 키커 디아만티가 슈팅에 성공하며 결국 이탈리아가 승부차기 끝에 4강에 진출했다. 감격의 승부차기 승을 거둔 이탈리아는 오는 29일 폴란드의 바르샤바에서 독일과 4강전을 치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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