널A의 개국 2주년 특별 다큐멘터리 ‘부탄의 비밀’은 혼란의 시국을 보내고 있는 우리에게 많은 것들을 일깨워 주는 작품이었다. 부탄의 국가적 최종목표는 ‘GNH(국민총행복)’을 최대한 끌어올리는 것이다. 모든 국가들이 ‘GNI(국민총생산)’에 국가의 존망을 거는 데 반해 이 나라는 참으로 특별한 나라다. 최근 치러진 총선에서 변화를 공약으로 내건 야당 인민 민주당이 압도적인 승리를 거뒀지만 당수 체링 톱게는 “우리는 국민이 정부를 두려워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정부가 국민을 두려워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승리한 자의 자신감인지는 모르지만 그의 말은 깊은 울림으로 왔다. 그는 “이것이 바로 사고의 변화이며 민주주의 성공의 열쇠”라고 말했다.국민소득이 우리보다 10분의 1밖에 되지 않는 히말라야 산맥의 작은 나라. 그런 국민들의 행복지수는 우리보다 2배가 높은 이유는 무엇인가. 한 젊은이는 본인이 생각하는 행복의 첫 번째 조건으로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도와줄 때 가장 큰 행복감을 느낀다”고 대답했다. 티베트 불교를 신봉하는 국가의 국민다운 말이다. 티베트 불교의 핵심 사상은 ‘이타행(利他行)’이다.지난 10일 고려대학교 경영대학교 학생인 주현우씨가 ‘안녕들 하십니까?’라는 대자보를 학교에 붙였다. 이 대자보는 한 SNS를 타고 삽시간에 화제가 됐다. 대자보의 내용은 대략 이렇다. 철도민영화를 반대한 이유만으로 4천213명이 직위해제된 것에 대해 “박근혜 대통령 본인이 사회적 합의 없이는 추진하지 않겠다던 그 민영화에 반대했다는 구실로 징계라니”라고 반문했다. 또 “수차례 불거진 부정선거 의혹, 국가기관의 선거 개입이란 초유의 사태에도, 대통령의 탄핵소추권을 가진 국회의 국회의원이 ‘사퇴하라’ 말 한마디 한 죄로 제명이 운운되는 지금이 과연 21세기가 맞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세태에 대해 주씨는 “저는 다만 묻고 싶습니다. 안녕하시냐고요. 별 탈 없이 살고 계시냐고. 남의 일이라 외면해도 문제없으신가, 혹 정치적 무관심이란 자기합리화 뒤로 물러나계신 건 아닌지 여쭐 뿐입니다”라고 했다.그러던 와중에 북한 정권의 2인자 장성택이 처형당한 충격적인 소식이 들려왔다. 그의 죄목은 국가 전복을 도모했다는 것을 비롯해 무려 20가지다. 과연 그랬을까. 30살도 되지 않은 김정은의 공포정치는 섬뜩할 정도로 잔인했다. 그러나 우리는 무엇보다 우선해서 북한의 이러한 소용돌이가 우리에게 미칠 영향을 깊이 있게 살펴봐야 한다. 극단적으로 북한의 체제붕괴가 갑자기 일어날 경우 중국의 움직임이 우리에게 가장 예민하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여기에 대한 대비가 되어 있는지 묻고 싶다.서울대학교 사회학과 송호근 교수는 최근 우리의 처지가 구한말 망국 직전의 모습보다 더 위태롭다고 진단했다. 다소 극단적인 표현이기는 하지만 송 교수의 말에 따르면 미래에 대한 착실한 비전을 쌓아가고 이에 대한 담론이 줄기차게 이뤄져야 할 시기에 과거에 천착한 당파전쟁만 일삼고 있다. 구한말의 외세 압박구도보다 더욱 복잡하고 극복하기 쉽지 않은 열강들의 간섭이 한반도를 감싸고 있다. 민주주의는 퇴보하고 있고 가라앉은 경제는 출구를 찾지 못하고 배회하고 있다.여기서 다시 부탄에 대해 생각해 본다. 한 국민이 말을 한다. “아무리 돈을 많이 번다고 해도 나라가 평화롭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 거꾸로 말해 나라가 평온하고 발전해야 내가 돈을 벌 수 있다. 먼저 가장 큰 공동체인 나라가 평화로워야 한다. 그것이 바로 GNH가 추구하는 것이다.”국민소득이 턱없이 낮지만 의료, 교육서비스가 우리보다 앞서는 나라. 국왕을 중심으로 국민의 생각이 하나로 뭉쳐져 ‘나’보다 ‘남’을 먼저 위하는 국민들이 살아가는 나라. 그들은 턱없는 욕심을 부리지 않는 것에서 행복을 찾는다고 한다. 말이 쉽지만 그것을 실행하기란 참으로 어렵다.지금 우리는 안팎으로 위기다. 그럼에도 우리는 한 치의 양보도 생각하지 않고 있다. 내 곳간을 채우고 내 몸을 화려하게 휘감는 옷과 혀를 부드럽게 해 줄 음식에 집착하고 있다. 나도 묻고 싶다. “여러분. 지금 행복하십니까?” 이상문(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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